조지훈의 민들레꽃을 읽고
민들레 꽃 ㅡ조지훈
까닭 없이 마음이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距履)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요즈음 난 갑자기 민들레가 좋아졌다.
지천에 깔린 것이 민들레고,
그러다 보니 사람발에 짓눌리는 게 민들레라
조금 천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민들레는 깊은 산중보다
사람이 사는 곳을 좋아하나 보다.
노오란 꽃이 금방 지고
산발한 머리 풀어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그 어디엔가 머물러 자신의 모습을 이어간다.
민들레 잎은 쓰다.
쓴 것은 간에 좋다고 한다.
요 며칠간 간에 탈이나서 시달리다 보니
간에 좋다는 민들레가 유달리 반가워 보인다.
그 흔하디 흔한 민들레를 찾아 나서 보지만
찾으려 하니 잘 안보인다.
아내는 민들레를 캐려고 여기 저기
다녀보지만 생각만큼 캐지 못한다.
캔 민들레를 끓인 물에 데쳐 말려 두었다.
가끔 말려둔 민들레를 끓여 물처럼
복용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고맙다.
어제는 아내의 생일이다.
병고를 겪으면서 아내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되었다.
저녁에 가족들과 외식을 하면서 내 마음을 편지에 써서
낭독하여 주었더니 금방 울어버린다.
이것이 부부인가 보다.
자주 접하여 가끔 천하게 보이는 민들레로 비춰지지만
또 내게 가장 소중하고 가장 필요한 사람이 아내가 아닌가 한다.
조지훈의 민들레 꽃이란 시를 읽어면서 느낀 솔직한 감정이다.
2011. 5. 25. 이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