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반향초(茶半香初)

하일도 2011. 12. 21. 16:21

 

다반향초(茶半香初)


이것은 추사(秋史) 김정희가 초의선사(草衣禪師)에게 보낸 서찰에 적힌 다송(茶頌)인데, 인터넷상을 검색해 보아도 해석상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아서 참선과 차를 즐기는 다선일미의 입장에서 이런 해석을 붙여 본다.

 

靜坐處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정좌처 다반향초 묘용시 수류화개)

-중국 송나라 황정견(黃庭堅)

茶禪一味(다선일미)를 알아야 위 시를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문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

"정좌처에 차는 반이고 향은 시작되는데,

 묘용시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네"

의역하면

"고요히 앉아서 차를 마시면 감로향이 시작되는데

 묘하게 운용하면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茶半香初는 차를 마실때 먼저 코를 사용하여 차의 향을 음미하고, 찻잔의 반정도를 마시고, 마신 차의 반정도는 목으로 흘려보내고, 나머지 반으로 차의 맛과 향을 음미하면 입안에 감로가 고이고, 감로의 향이 혀 끝에 느껴지는데 이 향이 다반향초의 향초라 한다.

그래서 茶半이라 하고 香初라고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다반향초는 "차를 마시면 감로향(다반향)이 시작되는데" 라고 해석해야 한다.

여기서 茶半은 그냥 차를 마신다로 해석하는 것이 부드럽다.

사람에 따라서 반잔을 마셔도 감로향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열잔을 마셔야 감로향을 아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생각만해도 감로수가 흐르는 사람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른 것이다. 따라서  茶半은 "차를 마신다"로 해석하는 것이 제일 무난하다.


우리가 참선을 할때 혀끝을 입천장에 붙이라고 한다.

여기서 혀끝은 임맥과 독맥을 연결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이윽고 화두를 들어서 몰입하면 몸이 이완되고 몸이 이완되면 기혈이 열리게 된다.

그리고 혀끝을 타고 감로가 내리기 시작한다.


여기서 감로는 쉽게 말해서 침이 고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감로의 맛과 향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이 세상에서 이 처럼 맑고 깨끗하고 달콤한 맛과 향기는 달리 없을 겁이다.

아무튼 감로가 고이면 꼴깍 꼴깍 침을 삼키게 되고, 감로수가 경락을 따라 흐르게 되고, 감로수가 흐르는 곳에 기혈이 열리면서 생명력의 환희를 느끼게 된다.

마치 봄비에 시냇가의 버들강아지가 피어나 듯이 감로수가 흐르는 곳에 기혈이 열리면서 우리 몸에 생명의 꽃이 피어나게 된다.

 

이 것을 水流花開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차를 마시면 차가 막혔던 경락을 이완시키고 유통시켜 준다.

또한 차를 마시면서 혀끝으로 차의 맛과 향을 음미하노라면 혀끝을 타고 감로가 고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계속 차를 마시면서 감로를 음미하고 감로수를 흐르게 하면, 역시 기혈이 열리면서 우리 몸에 생명의 꽃이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것을 茶禪一味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妙用時 水流花開라고 하는 것이다.

 

다음의 시도 黃庭堅의 시인데 水流花開가 나온다.

 

萬里靑天  雲起雨來( 만리청천 운기우래)
空山無人  水流花開 (공산무인 수류화개)


가없는 푸른 하늘에
구름 일고 비 오는데
빈 산엔 사람하나 없어도
물 흐르고 꽃은 피네

 

푸른 하늘에 태양이 있어 산하대지를 비추니

생명의 물은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되고

이 구름이 비가 되어 산하대지를 적시니

물이 흐르고 꽃이 피누나

 

이를 일컬어 水昇火降(수승화강)이라 하니

이로 인하여 천지가 살아 숨을 쉰다네

어디 여기에 사람을 거론하랴만

차 한잔 잘 마시면 사람이 곧 자연이라네

 

"靜坐處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의 깊은 뜻이 여기 있다네

 

부언

정민교수는 "고요히 앉은 곳 차마시고 향 사르고 묘한 작용 일 때 물 흐르고 꽃이 피네"

무심한 상태에서 차 한모금 마시고 향을 사르니 차 기운이 퍼지고 향이 타들어 감에  따라 몰아일여(沒我一如), 좌망(坐忘)의 경지에 든 것을 읊은 것이다

선도(仙道)에서는 수승(水昇)과 화강(火降)의 균형으로 깨달음을 얻은 경지를 읊은 것으로 볼 것이다.

이 시의 키워드는 정좌(靜坐)에 있지 다순한 차에 관한 것이 아니다.


2011. 12. 21. 하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