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사(박재욱, 윤시은)
주례사
사회자로부터 방금 소개 받은 주례 이선호입니다.
저는 신부 아버지의 고향 친구로서 친구의 부탁으로 주례를 서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자식을 결혼시키는 어버이의 심정으로 신랑 신부에게 몇가지를 당부드리는 말로 주례사로 대할까 합니다.
우선 이 좋은 가을날에 신랑 박재욱군과 신부 윤시은양이 양가 친지, 많은 하객들 앞에서 축하받으면서 결혼식을 갖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신랑 신부도 이같은 축복받은 결혼식을 갖는 것에 대하여 부모님, 친지,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사람은 결혼을 하게됨으로서 한 가정을 이루고 비로소 어른이 되는데 이때 부모에 대한 효도 과거와 달라져야 합니다.
자식이 결혼할 나이가 되면 부모들은 경제적로나 육체적으로 점점 힘들어지게 됩니다.
이제 자신을 낳고 길러주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부모에 대한 은혜를 갚아야 할 나이가 된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효도할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효를 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부모님이 자식을 부를 때 “예” 라고 답하는 것입니다. 이 예라는 말은 부모를 믿고 따른다는 가장 기본적인 예의를 표하는 것입니다.
공자도 父命召어시든 唯而不諾이라하여 부모가 부르시거든 속히 바로 대답하고 느리게 대답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자녀들은 어떻습니까? 부모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거나 무성의하게 “왜요? 라고 답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부모는 자식들의 이 같은 말에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 바랍니다.
둘째, 인내, 즉 참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부모를 두고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부부가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물론 처음 연애하고 결혼할 때 결혼생활이 꿈결같이 아름답게 생각되겠지만 이것도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살다보면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고 마음에 맞지 않고 갈등하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나타내면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될 것입니다. 참고 상대방을 배려하세요. 그래야 부부로서 백년회로 할 수 있습니다.
공자와 그의 제자 자장과의 대화속에 不忍非人이요, 非人不忍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참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요,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사람이 참지 못하면 동물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저는 최근 안중근의사의 옥중자서전을 보다가 안의사가 직접 쓴 “百忍堂中有泰和”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백번 참는 집안에 큰 화목함이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복을 짓고 덕을 쌓으세요.
복이나 덕이 딱 꼬집어 뭔지는 잘 몰라도 좋은 것인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복을 짓고 덕을 쌓느냐인데, 자허원군성유심문에 보면 福生於淸儉이요, 德生於卑退라고 하여 복은 맑은 검소함에서 나오고, 덕은 자신을 낮추고 양보하는데서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청나라 유명한 관리이자 학자인 정섭은 喫虧是福이라 하여, 손해 보는 것이 바로 복이다고 했습니다.
결국 복은 짓고 덕을 쌓는 것은 내가 좀 손해를 보고 자신을 좀 낮추고 양보하는 것입니다.
아주 쉬운데 사람은 욕심이 많고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만하다보니 이를 잘 실천하지 못합니다. 신랑, 신부는 약간 손해보면 손해본 것의 몇배의 가치가 되는 복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쉽게 복을 쌓을 수 있습니다.
부부간에도 가족, 형제간에도 약간 손해도 보고 양보를 해보세요. 갈등이 일어나거나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이 없습니다.
넷째, 상대방 기죽이지 말고, 기를 살려 주세요.
기죽은 남편과 아내가 가정이나 직장, 사회에 나가서 무슨 일을 신나게 하겠습니까?
소나 말도 주인으로부터 언잖은 소리를 들어면 일을 제대로 안한다고 합니다.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배우자를 무시하지 마시고 칭찬하시고 믿어주고 격려해주세요. 그러면 죽을똥 살똥 모르고 신바람나게 잘 해줄 것입니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다. 사나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고.
아낙도 사랑하는 낭군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정절을 지키지 않습니까?
관포지교라는 고사가 있는데 이는 제나라 때 천하를 제패한 재상 관중과 포숙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관중이 재상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친구 포숙아의 희생적인 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중이 제나라 제상이 된 후 남긴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나를 낳아 준 사람은 부모요,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고.
이처럼 사람을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신명을 바쳐 일합니다.
저는 부부 동반 모임에 가면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요 나를 알아준 분은 아내다.
그래서 내가 서울에 올라와 밥술이나 먹고 살아가는 것도 內子之德이다, 內助之德다고 하면서 한바탕 웃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급소를 잡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다 급소가 있습니다. 이것을 잡히면 꼼짝 못하는 것이 급소입니다.
토끼의 급소는 귀입니다. 귀를 잡히면 발버둥치지 못하고 이내 온순해 집니다. 닭은 날개 쭉지입니다. 뱀은 머리입니다. 꼬리를 잡았다간 큰일 납니다.
그러면 사람은 어디입니까? 남자의 급소는 거시기? 여자의 급소는 머시기인가요?
아닙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같은 곳인데 손으로 잘 잡히지 않습니다.
바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잡아야 꼼짝 못하고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상대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요?
답은 웃음입니다.
웃는데 어떻게 화를 내고 마음을 내주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또 笑門萬福來라는 말이 입습니다. 웃는 집안에 온갖 복이 다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웃음을 영어로 스마일이라고 합니다.
스마일에 대한 글자를 파자하면
스는 스치고 웃고, 마는 마주치거나 맞아도 웃고, 일은 일부러도 웃는다고 해석합니다.
항상 웃으세요.
2014. 9. 20.
주례 이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