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성부(구양수)
하일도
2015. 9. 8. 18:05
더운데 구양수의 가을소리에 붙혀(秋聲賦), 일부를 소개한다.
"아 슬프구나!
이것이 가을의 소리구나. 어찌하여 왔는가?
대저 가을의 형상이란, 그 색깔은 암담(暗淡)하여 안개는 부슬부슬한데 구름은 걷히는 것만 같고,
그 모습이란 청명하여 하늘은 드 높고 태양을 빛난다.
그 기운은 살이 저미도록 차가워 살과 뼈속까지 파고들며, 그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적막하다.
그래서 그 소리는 처량하고 애절하여 울부짓고 떨쳐 일어나는 듯 하다.
풍성한 풀들은 푸르러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들도 울창하여 볼만하더니 가을이 스쳐가자 풀들은 누렇게 변하고, 나무는 잎이 떨어진다.
꺽어져 시들어 떨어지는 것은 바로 이 가을의 한 기운이 남긴 매서움 때문이다.
...중략...
아! 초목은 감정이 없건만 때가 되니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는구나.
사람은 동물 중에서도 영혼이 있는 존재이다.
온갖 근심이 마음에 느껴지고 만사가 그 육체를 수고롭게 하니, 마음속의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 또한 흔들리게 된다.
하물며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그 지혜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근심하니 마땅히 홍안이 어느새 마른 나무 같이 시들어 버리고, 까맣던 머리는 백발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어이하여 금석(金石)도 아니면서 초목과 더불어 번영함을 다투려 하는가?
누가 저들을 해치고 죽이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