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노래가사
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는 대만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金庸
)의 베스트셀러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국에선 영화로 더 잘 알
려졌다. 1990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5명의 감독(호금전, 정소동,
허안화, 서극, 김양화)이 만들었다. 주인공인 화산파의 수제자
영호충 역은 홍콩배우 허관걸이 맡았고, 주제가 ‘소오강호’는
음악을 맡은 황점이 작곡했다. 내용은 무림 비급(秘?t)을 차지
하려는 음모와 배신, 복수가 큰 줄거리다.
공상과학영화(SF)의 액션 기법까지 도입한 이 영화의 매력 포인
트는 두 가지. 주인공 영호충의 낭만적 방랑 기질과 의협심 그리
고 주제곡 ‘소오강호’의 애절한 멜로디가 그것이다. ‘소오강
호’는 강호 즉 세상을 ‘웃어 넘긴다’ 또는 세상을 ‘웃고 즐
긴다’는 뜻이다. 한자 오(傲)는 ‘업신여긴다’는 뜻도 있고,
‘즐겁게 논다’는 뜻도 있다. 노래 가사 번역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이렇다.
“험한 파도에 웃음을 싣고/물결따라 덧없이 살아온 삶/한 잔 술
에 웃음을 담아/모든 은원 깨끗이 잊고 살리라/산천초목도 따라
웃누나/뜬구름 같은 부귀영화 부질 없어라/소슬 바람에 미소 지
으며/모든 근심 잊고 살리라/우리네 인생은 아름다운 것/욕심없
이 어우러져 웃고 살리라” 영화에서 이 노래는 사형(舍兄) 영호
충과 후배들이 강과 숲을 떠돌며 부르기도 하고, 강호에서 완전
은퇴하려는 2인의 무림고수(순풍당 당주와 일월교 곡장로)가 함
께 부르기도 한다. 이 영화가 히트하자 속편격으로 ‘동방불패(
東方不敗)’가 제작됐다. 여기서는 주인공 역을 맡은 이연걸과
임청하의 로맨스가 곁들여진다.
잊어진 소오강호가 왜 다시 인구에 회자되는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청탁을 거부한 문화관광부 유진룡 차관이 그 자리를 경질
당하며 자신의 심정을 소오강호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e메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오래전 심심풀이로 읽었던 대중
무협소설이 생각나는군요. 제목이 ‘소오강호’였던가요. 참 재
미있는 세상입니다.”
그는 왜 소오강호를 머리에 떠올렸을까. 유 차관이 청탁을 거부
하자 청와대의 누구는 “배 째 달라는 말씀이죠. 째 드리죠” 했
단다. 그러니 무림의 잔인한 복수가 생각났을 수도 있고, 뜬구름
같은 부귀영화 빨리 벗어던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