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도 2020. 5. 1. 22:11


나의 오늘(1)

이선호 추천 0 조회 68 06.02.13 04:16 댓글 11

게시글 본문내용
     
알람소리와 함게 아침 5시에 잠이 깨었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본다.

오전에는 국선 형사사건이 있고 오후에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무료법률상담이 있다. 모처럼 하루 종일 직업적으로 봉사하는 날이다. 기분이 좋다.

테래비젼 을 켜고 돌리다 보니 "금홍아 금홍아" 라는 영화가 나오는데 시대와 불화한 천재시인 이상에 관한 내용이다.

학교다닐 때 앵무새 처럼 이상의 세계을 주입식으로 머리에 넣어 두었는데 영화을 보니 비로소 이상의 난해한 정신세계를 이해할 것도 같다.

약 1시간 가량 옥상에서 운동를 한다. 마주 보이는 낮은 성미산 나무가지가 약간 푸른빚을 띄는 것 같기도 하다. 봄날이 성큼 내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바람속에서 느낀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신문을 본 후 기다리던 송설21카페로 들어간다.
이때는 보통 자유게시방이나 마음의 양식에 좋은 글이나 화면이 올라있다.

이를 보고 오늘 하루의 마음을 다져 본다. 대하는 사람마다 잘 해 주어야지. 또 즐거운 마음을 가져야지 하면서.

아침식사를 하고 회사로 출근한다. 전에 말했던 것 처럼 나는 자가용을 타고 다니지 않는다. 전철까지 15분거리를 걸어 다닌다.

이 걷는 시간이 나에게 어쩌면 가장 귀중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나올 때 정원에 흰목련이 한껏 꽃봉오리를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다.

다른 집 정원 목련도 마찬가지 이다. 갑자기 양희은이 부른 "하얀 목련이 필때면"이라는 노래가 듣고 쉽다. 박훈같은 컴실력이 있으면 카페에 올리련만....

전철을 타고 직장으로 가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형사부에서 오전10시에 재판을 11시에 오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오늘 정치인들 재판선고날이라서 시끄럽다면서 재판부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또 어떤 부패한 국회의원이겠지......

오늘 오전 형사국선사건은 범인이 소매치기 하다가 들키자 피해자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애원하자 피해자가 범인의 멱살을 잡았고 범인은 도망갈려고 피해자를 뿌리치고 또 가족들이 범인을 잡자 범인이 가족들의 머리칼을 잡고 밀치고 도망가다가 붙잡힌 사건이다.

범인은 절도 전과가 여러 번 있다. 과연 이런자를 변호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하나 법원에서 지정한 국선사건이고 변호하기 싫어도 해야한다.

문제는 검찰에서 범인을 준강도죄로 기소 했다. 준강도죄란 절도범이 체포를 면하기 위하여 타인을 폭행.협박할 경우에 적용되는 죄로서 법정형이 강도죄와 같이 3년이상 징역형이다.

나는 절도와 단순폭력이 경합된 죄(법정형이 6년이하임)에 대하여 중형인 강도죄를 적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그런데 강도죄에서 폭행 협박이란 상대방을 억압하거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할정도의 것임을 요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공갈죄정도로 처단한다.

따라서 준강도죄의 폭행.협박도 강도죄와 같은 정도를 요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절도범인이 체포를 면하기 위하여 소극적인 방어행위는 준강도죄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번 재판 때 이를 강력하게 변론하고 그날 결심이 되어 오늘이 선고날인데 재개되어 오늘 다시 변론을 하게 된 것이다.

어쨋든 재판부에서 내 의견에 동조하여 변론을 재개한 것이라 기분은 좋았다. 재판과정에서 재판장이 변호인의 의견에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변론을 재개한 것이라고 하였고 피해자를 한번 불러 당시 상황을 들어보고 선고를 하겠다고 하였다.

국선변호는 희생정신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 사선사건이면 건당 500만원이상 때로는 1000만원이상도 받는데 국선사건은 국선료로 10만원정도 나온다.

이런 국선변호를 위하여 변호사는 두꺼운 기록을 복사하여 몇시간 내용을 파악해야 하고 교도소에 최소한 1번이상 접견을 가야한다.

또 재판이 길어지는 경우 여러달간 여러차레 재판을 해야 하고 장문의 의견서들을 작성해야 한다.국선료 가지고 경비도 턱없이 모자란다. 순전히 봉사다.

일본이나 미국은 국선사건에 대하여 변호사에게 많은 배려를 해준다. 심지어 1건의 국선료로 5천만원이상의 국선료가 지급된경우도 종종 있는 일본재판제도가 부럽기도 하다.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에 오니 11시 반이다. 오후에 경찰청옆 임광빌딩에 있는 국민고충처리 위원회로 가야하는데, 자주 같이 점심을 먹는 동료변호사나 사건관계자보다 강북에 미리 가서 친구들과 식사를 해야지 하고 경향신문 김종두 기자한테 전화를 한다.

물론 오케이다. 다른 친구들 한테도 전화를 해보니 모두 선약이 있단다. 덕수궁앞에서 만나 덕수궁으로 들어가 덕수궁을 한반퀴 반정도 돌면서 이른 봄의 정취를 몸으로 느껴본다.

산수유꽃이 활짝 피고 진달래도 부분 부분 꽃망울을 터뜨리고 소나무등 상록수도 한결 푸르럼을 더해 준다. 잔디에 섞여있던 잡초들도 먼저 돋아나 푸른빛를 띄고 있다.

우리는 덕수궁을 나와 가정집과 같은 식당에 가서 된장찌게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찻집에 들려 커피를 마시면서 오후 2시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비록 낮이라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친구의 정담에 취하고 봄의 정취에 취한 점심시간이었다.

오후 고충처리위원회에 있었던 이야기는 2부에서 하기로 한다 .

직업적인 이야기는 되도록 안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내 자랑이 되고 말았네. 해량하시길.
2004.4.24.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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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첫댓글 04.03.24 23:26

    국선변호를 성의있게준비하고 변론한다니 정말 존경과 격려를 보내네. 대부분은 무성의하게 할것이라고 인식이돼있는 것 같은데.... 어렵긴하지만 국선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정말 어려운 처치일거고..희생, 봉사 얼마나 아름다운모습인가~~ 나누고 베풀수 있는 삶 얼마나 멋진 삶인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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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09:13

    친구야! 옛 얘기 좀 하자. 내가 선호를 처음 만난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2반 하면서 이고.. 그 때도 외모가 풍성(?)하여 모 은사님(시찌부?)은 경찰서장 감이라고 자주 빙자/칭찬했었지... 그 때 부터 선호님은 지금의 모습을 잉태했던 것이지 결과적으로... 존닐 마이 하거래이. 난중에 천당 갈끼다, 까까무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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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09:46

    모처럼 선호자신을 읽은것 같아 좋다. 일상이 눈에 들어오는듯 길모퉁이 걸어가는 표현도 실제 같이 가는듯하게 표현됐고, 보통 가장 싫어하는 국선임무를 즐거이 수행하는 선호가 아름답다. 그런데,그넘 나도 잘변론해 주라고 할라 했는데 전과 있다면 취소다. 또한 준강도 의율부분에 있어 난 자네와 좀 다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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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09:51

    요즘 인권문제가 대세를 장악하며 사회분위기를 이끌고 있는데,정치판에 부합되며 이상하게 기형적 발달되고 있는것을 지적하고 싶다. 지금 유치장,교도소는 호텔형(?)으로 예전에 비헤 획기적 고급시설화 되었다. 피의자의 인권을 위해서... 그러나, 피의자의 인권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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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09:55

    당한 피해자의 인권이다.피해자의 인권이란말은 조사는 물론이고 그 피해의 회복이다. 지금 이시대는 피해자의 인권이란 별로 없다. 피의자의 인권이 엄청난 신장과 병행해 가야당연한것인데도... 절도! 강도! 여러분 자기가 집에서 혹은 어디에서 당하는것 상상해보라! 두말이 필요치 않을것이다. 그넘 전과가 여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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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09:57

    있다면 그런행각을 상습적으로 했다는말일테고... 그라고 선호님! 요거 다음달에 발표할라 했었나? 4월 하순경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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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11:25

    선호님의 지극히 부분적인 일상이지만 정말 좋은일 하는것 같아 친구라는사실이 자랑스럽네. 국선변호든 사선변호든 억울한 사람이 벌을 받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나. 정의로운 사회를 위하여 애쓰는 선호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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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11:41

    하루의 일상생활 !,난,감명 받았다...좋은일 많이 하시고 성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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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15:00

    선호님!! 바쁜모습 생동감이 있구나. 그런데 아무리 바쁘더라도 한번 붙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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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16:02

    우째, 꼬리말이 이렇게 기노 ? 눈이 아푸담 ! 울 칭구 파이팅팅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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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3.25 17:03

    나도 풍악의 의견에 동조하는 부분이 많다. 서양아들이 인권,인권하다보니 우리정서에 반하는 동양아들까지도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보수꼴통이니 미개국이니 하니 원참..전에 사형재도폐지에 대하여 신문이나 방송에서 반대했더니 보수꼴통,반인권주의자로 낙인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