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꾸중물(구정물)

하일도 2021. 11. 19. 15:19
꾸중물
나에게는 꾸중물은 값진 보배다.
30ㅡ40개 가량의 화분에 식물을 키우니 하루가 멀다하고 영양가 있는 물을 공급해야한다.
인공 비료주고 농약치면 간단하지만 난 그렇게 작물을 키우지 않는다.
집에서 발생하는 각종 음식 찌거기, 채소.과일 부산물과 꾸중물을 거름으로 사용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쌀을 씻어 쌀뜨물을 받아 통에 둔다.
거피집에서 얻은 커피 찌거기 등을 넣어 발효시킨다.
이것만 가지고 턱없이 부족하다.
때로는 수돗물을 주는 경우에도 얼굴, 손발을 씻은 후 그 물을 준다.
맑은 물을 주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하여 꾸중물을 만들어 식물에게 준다.
어릴 때 꾸중물은 가축의 소중한 영양분이 었다.
논.밭에서 힘들게 일한 황소가 집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꾸중물이다.
황소는 한 동이 되는 꾸중물을 단숨에 들이킨다.
꾸중물 속에 음식 찌거기라도 있으면 소에 대한 미안함이 덜하다.
꾸중물이 없으면 뒹겨를 한바가지 타준다.
나는 식물을 어릴때 집에서 키우는 가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이 먹고 남은 꾸중물을 양분으로 흡수하여 살찐 식물로 자란다고 생각한다.
만추가 되니 화분에 자라는 식물이 거의 없다.
꽃이 지고 꼬투리만 남은 금화규, 아주까리, 별 굵지 않은 무정도다.
이제 쌀뜨물이 생겨도 이를 반길 식물이 없다.
버려야 한다.
세상은 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이익이 있으면 모이고 없으면 흩어진다.
옳고 그름의 잣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힘들다.
지금의 우리 정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옳고 그름을 떠나 시류에 편성하여 모였다 흩어지는 작금의 세태를 보니
어디에 마음을 두고 살아가야 할지!
2021. 11. 18.
이선호
 
쌀뜨물
 
 
마지막 꽃을 피는 금화규
 
알이 차지 않은 배추
 
작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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