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상에 끝나지 않은 잔치는 없다(금화규 5)

하일도 2023. 2. 16. 14:43

금화규(5)...세상에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天下無不散之宴席)

 

2달 보름간에 걸쳐 펼처진 금화규의 화려한 꽃잔치는 끝났습니다.

어제밤 잠을 자다가 갑자기 잠에서 깼었습니다.

누가 잠을 깨우는가 곰곰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하늘에는 밝은 달도 없고, 더구나 비도 오지 않고, 눈도 내릴 때가 아닙니다.

가을의 벌레소리가 나를 깨우나 싶어 문을 열고 식물들이 자라는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근데 이게 왠 일입니까?

한밤에 금화규 한송이가 마지막 자태를 보이며 외롭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의 마지막 자태를 보라고 밤중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금화규는 아침에 피어 오후에 꽃잎을 닫는데,

밤늦게 까지 기다리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나 하면서 불을 켜고

핸드폰으로 마지막 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세상에 모든 것은 인연으로 시작해서 인연으로 만나고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는

것인데, 나와의 마지막 인연 잔치를 위하여 밤늦게 까지 지지않고 피어 있었구나!

갑자기 '아무리 하늘이 길고, 땅이 오래되기로서니 다할 때가 있지만,

우리들의 아름다운 사랑의 한은 면면히 이어져 끊일날이 없구나'라고

노래한 백낙천의 장한가(長恨歌) 마지막 2구절이 생각난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그래도 난 오래 전부터 해마다 너를 심고 가꾸고 즐겨왔다.

올해도 씨를 많이 받아 두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씨를 주겠다고 약조했다.

나는 다시 봄에 너를 가꾸고 가을에 행복에 젖어 살 것이다.

그사이 아름다고 긴 꿈 꾸어라.

 

2022.10 .18.

                                  밤 12시가 넘어 나를 기다리는 금화규

                                 꽃대에 핀 마지막 금화규

                                 많은 코투리를 남기고 사라진 금화규

                                  봄에 핀 봉선화씨가 떨어져 다시 자란 아기 봉선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