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념(無念)보살

하일도 2023. 3. 30. 14:26
무념(無念) 보살
 
새해 아침이 밝았지만 해마다 지붕에 올라가 일출광경 보는 것도 이제는 귀찮아
이불속에서 남이 sns로 보낸 사진 보고있다.
어제 운길산 갔다가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눈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찢었는데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골반뼈가 부러지는 듯하고 항문과 양다리에 번개가 치는듯 찌릿한 통증이 한동안 흘렀다.
제발 수종사 까지만 내려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산신령께 간절히 빌면서 고통이 멈추기를 기다리니
다소 진정이 되어 수종사까지 무사히 내려왔다.
수령이 500년이 되는 수종사 은행나무의 늠늠한 기상을 감상하다가 본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절을 했다.
마당으로 나오니 종무소 앞 섬돌 위에 무념(無念)보살이 태연히 앉아 나를 맞는다.
난 지금까지 무슨 보살인지 몰랐는데, 스님에게 여쭤보니 무념이란다.
무념의 수승한 모습을 보니 이름 그대로다.
청정한 본모습을 잃고 분별심에 나와 남을 구별하여 다투고 스스로 괴로워하는
중생의 모습이 아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 보살을 보아 왔는데 한동안 보이지 않아 저 세상으로 갔다고 슬퍼했다.
그 후 수년전에 다시 나타난 모습을 보고 보살이 환생을 했다고 떠들었다.
무념 보살은 낮에 나타나지 않고 저녁 공양을 한 후 나타난다고 한다.
집에 오니 저녁 8시라, 정상에서 밧데리가 떨어져 전화가 안되니 마누라가 난리다.
다쳤다고 말하면 또 경끼를 일으키며 난리칠 것을 생각하고 그냥 인삼주 한잔 벌컥 마시고
안티프라민 바르고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 나니 다소 차도가 있다.
아홉수 말일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닌듯 하다.
올해는 수종사 무념 보살처럼 모두가 청정한 자아를 찾아 기쁨의 춤을 추었으면 한다.
 
2023. 1. 1.
 
제 글에 대하여 페친 한병직 변호사님이 이런 답글을 달았네요.
답글 주어 고맙습니다.
"액땜하셨네요.
새해,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수종사 무념 보살에 대해선 이런 시가 있네요.
***
수종사 부처
문숙
절 마당에 검은 바위처럼 엎드려 있다
한 자리에서 오전과 오후를 뒤집으며 논다
단풍객들이 몸을 스쳐도 피할 생각을 않는다
가면 가는가 오면 오는가 흔들림이 없다
산 아래 것들처럼
자신을 봐 달라고 꼬리를 치거나
경계를 가르며 이빨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생각을 접은 눈동자는 해를 따라 돌며
동으로 향했다 서로 향했다 보는 곳 없이 보고 있다
까만 눈동자를 따라 한 계절이 기침도 없이 지나간다
산 아래 세상은 마음 밖에 있어
목줄이 없어도 절집을 벗어날 생각을 않는다
매이지 않아
이곳이 극락인 줄 안다
지대방을 청소하는 보살에게 개 이름을 물으니
무념이라고 한다
―「문학청춘」2019 겨울호"
사실 저는 문숙 시인의 부처라는 시를 모르고 있었지요.
하지만 저도 사실 무념을 부처로 표현하고 싶었지요.
중생도 본 마음을 모두 부처인데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니
부처나 보살을 구분한다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보았지요.
그래도 보살이라고 하는 것이 더 친숙한 것 같아 무념 보살로 표현했습니다.

*아래 수종사 사진은 당시 핸드폰 밧데리가 떨어져 그 전에 찍은 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