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귀밝이 술

하일도 2023. 3. 30. 14:32
귀밝이술
 
오늘 정월 대보름이라 아침에 냉장고에서 부럼꺼리 찾아내고 귀밝이술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청도 감와인으로 했다.
병을 따면 다 마셔야 하는데 아내나 나는 체질적으로 술이 잘 안받는다.
모처럼 수정 와인잔으로 건배를 했다.
아내는 술기가 올라 어지럽다고 하고 나도 얼굴이 붉어지며 취기가 오른다.
남은 술을 버릴 수 없어 콜크 마개로 닫아 놓고 점심때 혼자 한잔했다.
오후에는 앞동산에 올라 산을 타다가 달뜰 시간을 찾아보니
오후 5시 21분이라 그 때까지 계속 산을 돌았다.
제시간이 되어도 남산쪽에서 달은 보이지 않다가 6시가 넘어서 희미한 보름달이
남산 위쪽으로 올라있다.
미세먼지 때문인가 보다.
저녁먹고 다시 감와인을 한잔하니 알딸해져 쇼파에서 잠이 들었다.
온몸에 한기가 돌아 방으로 들어와 잠을 자다 깨니 밤 11시가 넘었다.
진짜 보름달을 보려고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니 달이 휘영청 밝다.
마치 어떤 소원도 들어 줄 수 있듯이 신비감 마저 감돈다.
고향이 농촌이라 구정을 전후한 시점부터 보름까지 시골은 온통 지신밟기 풍물놀이 등으로 잔치판이다.
보름을 끝으로 잔치는 끝나고 농사준비로 들어간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우리 마을은 다른 마을과 뒤산 봉우리 쟁탈전을 한다.
이 행사 과정에서 돌에 맞아 머리가 터지기도 하고( 당시 상처로 머리에 흉터가 남아있는 친구도 있다)
불에 머리털과 옷이 타기도 하며 포로로 잡힌 아들도 있다.
 
당시 우리 동리서 불렸던 노래 가사가 정확하지 않지만 아련히 생각난다.
"정월달 대보름에
막걸리를 마시고
높다란 산봉우리
깃발 꽂는 내모습
그 용기 대단하다.
덕촌동의 용사들
노래에 장단맞춰
아구를 돌려라
벅구를 질러라.
곤봉이다 찝게다
아령 장돌.
곤봉이다 찝게다
아령 장돌."
이런 산봉우리 쟁탈행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우리 고장에 유명한 풍물놀이가 있는데 이것이 발갱이 전투를 그 내용으로 했다고 한다.
이것은 선산 낙동강변에서 왕건군대가 후백제 신검군대를 물리친 전투로서
이를 본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도 그 전쟁터를 발갱이들이라고 부른다(拔劍).
 
2023.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