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모종삽 농사

하일도 2023. 3. 30. 14:39
모종삽 농사
 
아침부터 봄비가 내린다.
날씨도 좀 쌀쌀해지고 가벼운 바람도 분다.
나는 오래전부터 도심 빌라 베란다에 크고 작은 화분 30여개에 고추, 상치, 배추, 무, 쑥갓, 호박, 도마토,
오이, 달래, 아주까리, 당귀 등 각종 채소 등을 재배해 왔다.
이들을 재배하는데 유일한 농기구가 모종삽이다.
언땅이 녹는 이른 봄에 화분의 흙을 파내고 그 안에 가을, 겨울 동안 버리지 않고 퇴비로 모아놓은
농사 부산물과 과일이나 채소 부산물 등을 넣고 파낸 흙을 다시 덮는다.
또 모종삽으로 계분 거름을 2삽정도 뿌려 두고 적이한 날을 잡아 씨앗을 심는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객토를 하지 않고 같은 흙을 너무 오래 사용하다보니 척박하고 산성화 된 것 같아 작년에는 고추 탄저병이
심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올 해는 입상석회고토 20킬로그람 1포를 사서 뿌렸다.
이 모든 것이 모종삽 덕분이다.
과거에는 농사를 지으려면 각종 농기구가 필요한데 호미, 괭이, 삽, 낫,
곰배, 쟁기, 써레, 허치, 도리깨, 풍구 등 수없이 많다.
어릴 때 정월 대보름 전날 밤에 집집마다 수수깡으로 각종 농기구과 농작물을 만들어 잿간 앞에 모아두고
보름날 해뜨기 전에 올 농사 잘되게 해달라고 부지깽이로 타작하듯 부순 기억이 있다.
지금은 트럭타 등 기계가 이들을 대체하니 이들은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
그래도 난 지금도 영혼이 깃든 모종삽 하나로 농사를 짓으며 과거를 반추하면서 산다.
올해는 몇 종류의 씨앗을 더 얻었는데 비좁은 화분에
어떻게 조화롭게 가꿔야 할지 상상해 본다.
 
2023. 3. 12.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