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이다
꿀맛이다.
참 맛있다. 꿀맛 같다.
요사이 내가 먹는 밥이 정말 맛있다.
고기도 아니다.
화분에 심은 상치, 무, 배추가 떡잎을 뒤로하고 잎이 1, 2개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채소를 뽑아 뿌리와 떡잎 채로 씻어서 큰 그릇에
아시 삶은 보리 고두밥 넣어 지은 밥에다 냉이, 달래 넣어 끓인 된장찌개,
청양고추 넣은 다소 매운 고추장, 고소한 참기름 넣고
비벼 먹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맛이다.
몇 숟가락 뜨지 않았는데 밥이 없어진다.
씹을 필요가 없다. 그냥 꿀꺽 넘어간다.
아껴 먹고 싶어도 잘 안된다.
오늘 아침에는 까먹고 참기름을 넣지 않았는데도 꿀맛이다.
이를 두고 둘이 먹다가 한사람이 죽어도 모른다는 속담이 생겼나?
아니 먹기에 집중하다 보면 나무칼로 귀를 베도 모른다는 말도 있다.
요사이는 베란다 화분에서 아침마다 이런 채소를 한 바가지 솎아서 먹는다.
너무 크면 잎을 채취해야 한다. 이때는 맛이 떨어진다.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있다.
행복이란 형이상학이 아니다.
살아 숨 쉬는 순간이 행복의 꽃밭이다.
아침마다 앞동산에 꽃들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다가 어제 낮에 가보니
소로길마다 흰 꽃길로 변했다.
바람까지 부니 꽃눈이 분분이 날린다.
저 멀리 제주에서, 저 멀리 남해, 남도에서 매화, 동백꽃, 벚꽃들의 소식이 올라오고,
어제는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을 즐기는 상춘객으로 넘쳤다지만
내게는 그렇게 큰 호기심이 아니다.
50여개 화분에 10여 가지가 넘는 각종 씨앗을 심었지만 아직 얼굴을 내미는 채소는
상치, 들깨, 무, 배추정도이다.
작년에 홀씨가 흩어져 자란 민들레도 노랑 꽃을 피우고,
다시 홀씨가 되어 화분에 흩어진다.
씨앗은 위대하고 경이롭다.
그 속에 우주가 있고 생명이 있다.
2023.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