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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 터뜨린 모란
하일도
2023. 4. 20. 15:27
꽃망울 터뜨린 모란
울 집 모란이 기다렸던 큰 꽃망울을 결국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봄비가 내려 혹시나 비에 흩어져 질세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일어나 보니 이슬비 머금은 꽃망울 보고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어제 비 그치고 밤늦게 집에 도착하니 한껏 꽃봉우리 부풀러 올라 막 터지려 합니다.
오늘 아침에 보니 우리 집 모란이 화창한 날씨에 활짝 피었습니다.
감당 못할 환희입니다.
바람이 없어도 그 진한 한 향기가 퍼져 영혼에 스며듭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공산무인(空山無人)이라면 홀딱 벗고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습니다.
전번에 이어 이백의 淸平調詞(청평조사) 2부를 소개합니다.
궁중 흥경지(興慶池)에서는 활짝 핀 모란꽃이 향기로운 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양귀비를 데리고 침향정(沈香亭)에 오른 현종(玄宗)의 눈은 꽃과 귀비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다.
악사들이 불리우고 당대의 최고 명창인 이귀년(李龜年)이 노래하기 위하여 앞으로 나섰다.
그때다.
“명화(名花, 모란)를 바라보고 귀비(貴妃)를 대하여, 어찌 낡은 가사를 쓸거냐”
황제는 이백을 불러들이라 햇다.
어느 요정에서 발견된 시인은 만취해 있었다.
부축을 받아 겨우 정자에 올랐으나 어전에서 혀 꼬부러진 소리를 햇다.
그러나 붓을 들자 일필휘지(一筆揮之), 청평조 세수를 단숨에 쓰고 나서 붓을 집어 던지고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백의 시를 받아 본 현종은 “과연 당나라 제일의 문장이로구나. 좋다. 좋아. 귀비의 생일날에 이 청평조 세수가 있으니 후세 사람들이 두고두고 외울것이다!!!”고 하며 이를 이귀년에게 주고 곡을 달아 불러보게 하였다.
청평조 노랫소리는 하늘의 오색구름을 타고 천천히 천천히 지면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홍경궁의 못은 아름다운 리듬에 취한듯 출렁이고 오색등에 비친 모란꽃은 그윽한 향기를 뿜으며 다투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一枝濃艶露凝香(일지농염로응향)
이슬향기 맺은 한 송이 농염한 모란꽃을.(이슬 머금은 한 송이 모란꽃)
雲雨巫山枉斷腸(운우무산왕단장)
무산의 구름비라 생각하고 애끓어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무산의 비구름에 견줄 것인가?)
借問漢宮誰得似(차문한궁수득사)
묻노니, 한나라 궁중 누구라 비할 자가 있는가?(옛날의 누구와 같다고 할까?)
可憐飛燕倚新粧(가련비연의신장)
어여쁜 비연이 단장하고 나오면 혹시 모르리(한나라 비연이면 혹시 모르리)
*운우무산은 楚(초)의 양왕이 고당이라는 곳에 갔다가 낮잠을 잤는데 무산에 산다는 여인을 만나 즐기는 꿈을 꾸었는데, 작별하면서 "저는 무산에 있사오니 아침이면 구름이 되고 저녁이면 비가 되어 언제나 양대밑에 있사옵니다라고 말하엿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
*비연은 한나라 성제때 황후가 된 조비연. 대단한 미인으로 몸이 가벼워 손바닥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하며, 성제가 비연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아 한나라가 패망한 원인이 되었다고 함. 색마(色魔)로 성제 한사람으로 부족하여 몰래 연적봉과 벌거버선 채로 투정하다 성제에게 붙들려 궁중에서 쫒겨나고 결국 자결했음. 비연과 반대로 양귀비는 몸이 뚱뚱하게 육덕이 있었다 함. 한마디로 둘 다 경국지색이라 할만함.
*이백은 양귀비를 비연에 빗댄 시귀로 인하여 자신을 무시했다고 감정을 가진 고력사에 의하여 추방을 당함. 다음에 3편을 소개함.
2023. 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