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절정(모란)

하일도 2023. 4. 28. 11:56
절정(모란)
 
어제 곡우에 새벽 이슬비 내렸으니 활짝 핀 모란 잎에 상처 났을까 걱정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슬비 머금고 더 싱싱함을 뽐내며 그윽한 향기 내뿜고 있다.
역시 모란은 꽃 중의 꽃이요, 여왕다운 풍모다.
4. 9. 선홍색 모습 약간 비췬 꽃망울 보이기 시작하더니
4. 15. 마침내 큰 꽃망울 터드렸다.
일주일 되는 오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듯 허드러지게 피었다.
모란은 한꺼번에 피기 시작하여 한꺼번에 진다.
곧 이별을 걱정해야 한다.
아마 이번 일요일이면 무거운 잎을 떨어뜨리고 또 한해를 기약해야 한다.
전년에 주어 말린 모란잎 차 아직 많이 남았는데...
갈 때 가더라도 좀 더 더디 가라고 기도한다.
 
淸平調詞(3)
名花傾國兩相歡(명화경국양상환)
모란꽃과 양귀비를 서로 바라보며 기쁘하니(어느 것이 사람이고 어느 것이 모란인지....)
常得君王帶笑看(상득군왕대소간)
임금님은 시종 웃음을 보이네(임금님 얼굴에 웃음이 넘친다)
解釋春風無限恨(해석춘풍무한한)
봄바람이 끝없는 한을 풀어내니(또 무슨 한이 있을 수 있으랴.)
沈香停北倚欄干(침향정북의난간)
침향정 난간에 기댄 미인이여!(침향정엔 지금 봄이 무르익는다.)
 
양귀비는 본래 현종의 8째 아들 壽王(수왕)의 사랑받는 妃(비)였다.
아들의 여인을 빼앗았으니 아무리 황제라 하나 그 끝이 순탄할 리 없고,
이 둘의 사랑은 출발부터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다.
결국 양귀비는 안록산과 놀아나고 안록산은 난을 일으켜
당나라를 패망 지경까지 몰아가게 된다.
이백은 양귀비를 경국(傾國, 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 빼어난 미인)으로 표현하였다.
본시 남녀 간의 큰 사랑은 비극을 잉태하고 있는 것인가?
한나라 비연도 그렇고, 당나라 양귀비도 그렇고, 서양의 크레오파트라도 그렇다.
한 여편네만 보고 살아가는 범부에게는 그저 마음으로 헤아려 볼 뿐이다.
2023.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