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강릉 여행

하일도 2024. 1. 29. 14:22

강릉 여행

시간은 아직도 몽환(夢幻)에서 헤어나지 못하네.

누구를 만나 무슨 식사를 했는지,

누구와 잠을 자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무슨 구경을 하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를.

너무나 아득하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호접몽(胡蝶夢).

우리를 괴롭힌 괴테도, 퇴계도, 허균도 이미 가고 없고,

용이 못된 외로운 이무기만 교산(蛟山) 앞 바다에서 파도와 갈매기를 벗하네.

찬란한 순간은 영원히 머무르지 않고,

살과 뼈로 그려낸 유토피아는 지금도 허공속을 헤매며 울부짓네.

그대 아직도 꿈꾸며 방황하고 있는가?

 

# 엊그제 지음(知音)들과 시간을 내어 강릉여행을 했습니다.

주제는 괴테, 퇴계, 허균입니다.

유토피아를 실현하다가 사지(四肢)가 찢기는 거열형(車裂刑)을 당한

교산(蛟山) 허균(許筠)을 생각했습니다.

또 아름다운 순간을 머무라고 명령하고 해탈을 위하여 끝없이 방황한

괴테도 생각했습니다.

또 동심(童心)이라는 이탁오의 영혼을 뒤집어 쓴 허균이 도둑대왕 도척이 되어

오염된 유인(儒人)의 거두 율곡(栗谷)과 퇴계(退溪)를 꾸짓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출발 전날 밤새 젊은 시절 마음속에 간직한 동해바다 고래가

꿈틀거리며 춤을 추기도 하고,

경포대 밝은 달밤에 배타고 후리 그물 펴고 정어리를 잡는

어부도 생각하면서

어기여차 디여차를 반복 했습니다.

2024.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