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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주례사

하일도 2007. 10. 18. 17:20
 

   주례사


                                                   주례  이선호


오늘, 오곡이 나날이 영글어 가는 가을의 한 가운데서, 신랑 유보은군과 신부 신선혜양이 경사스러운 결혼식을 갖게 된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축하하고, 또 오늘에 이르기 까지 신랑 신부를 낳고 키워주신 양가 부모님에게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 드립니다. 아울러 바쁘신 중에도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하여 와 주신 일가친지, 그리고 모든 하객들에게도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를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랑 신부는 훌륭한 가문을 가진 부모님사이에서 태어나 좋은 가정교육을 받고 대학을 마친 후  현재 신랑은 정보통신부에서, 신부는 인천시청에서 모두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또 신랑 신부는 대학시절에 만나 8여년 동안의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한 이상적인 부부로서 상대방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며, 결혼의 의미나 가정을 꾸려나가는 방법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본 주례는 주례사에서 으레이 언급되는  서로 사랑하고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서로 믿으라는 등의 말은 너무 식상하게 들릴 것 같아 재삼 강조하지 아니하고 ,  본 주례가 평소 느낀 몇 가지 점을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흔히 “결혼은 인륜지대사”라 하기도 하고 “가정은 만복의 근원이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결혼이야 말로 사람으로 태어나 성장한 후 서로 짝을 만나 독립된 가정을 이루면서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가장 크고도 소중한  선택이고, 이로 인하여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이 되어 자식을 낳아 길러 대를 이어가게 함으로써 인간으로서 소명과 책무를 다 하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간다면  온 가족이 행복하고도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 부부끼리 소원해지고  끝내 에는 파국을 맞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봅니다.


그런데 모든 부부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려고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고 있습니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부부는 전생의 원수끼리 만난다고”. 그만큼   결혼 생활이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왜 행복하고 소중해야할 결혼이 오히려 힘들여지고 서로에게 짐이 될까요?

이것은 상대방에게 적게 주고 많이 받겠다는 생각, 즉, 상대방으로부터 덕을 보겠다는 욕심 때문입니다. 서로 덕을 보겠다고 결혼을 했는데, 상대방이 기대했던 덕을 주지 않고, 준다 하더라고 성에 차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불만이 생기고 그 책임을 상대방 탓으로 서로 돌립니다. 이는 자신은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상대방만 변화기를 바라기 때문에 부부사이가 발전할 수 없고 불신과 갈등만 생기게 됩니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덕을 주고 호강을 시키겠다고 생각을 확 바꾸어 보세요. 그러면 갈등이 일어날 이유가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스스로 노력할 것입니다. 이같이 마음을 바꾸면 부부싸움이 일어날 리도 없고 가정이 화목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서로 이기는 게임을 하기 때문에 서로 즐겁고 가정과 사회가 생산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둘째로 복을 많이 쌓고 봉사활동을 생활화 하세요.

불가에서는 사람이나 가정마다 복 밭이 있다고 합니다. 복 밭에다 복의 씨를 심고 잘 기르면 복 나무에 복이 주렁주렁 열리고, 이 복을 낭비하지 않고 불쌍한 이웃에게 나누어 주면 복이 배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반대로 복의 씨앗도 심지 않고 심은 복을 가꾸지 않으면 복 나무는 말라 죽습니다. 한마디로 노력하지 않고는 복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복을 쌓을 수 있을 까요? 나눔, 즉 봉사입니다. 내가 가진 재산, 시간, 노력 등을 불우한 이웃에게 나누어 줄 때 복 나무에 복이 열립니다. 또 진정한 나눔은 내가 사용하고 남는 것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고 내게도 소중한 것을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가진 것이 없어 나누워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무재칠시라 하여 가진 것이 없어도 얼굴표정이나 부드러운 말, 마음, 몸 등으로 얼마든지 선행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풍류와 멋을 알고 인생을 즐기세요.

인생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기쁜 날 보다 근심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그 날 그 날 나에게 허용된 시간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상의 선물이자 축복입니다. 금욕주의적 철학자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물질이나 권력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수단을 목적으로 삼을 때 인간은 타락하고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인생은 즐기기 위하여는 부부가  문화생활이나 취미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더 많이 즐길 수 있으므로 운동을 게을리 하지 마세요. 요사이 술자리에 가면 구구팔팔이삼사라는 건배구호를 외치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명심보감을 매년 한 번씩 쓰보세요. 저는 오래 전부터 매년 1월 달에 한 번씩 써 봅니다. 인생과 우주에 대한 모든 진리가 그곳에 담겨져  있습니다. 쓸때마다 깨닫는 바가 너무도 많습니다. 너무 많이 한꺼번에 쓰지 마시고 하루에 한 두 문장씩 외우려 하지말고 음미하면서 쓰보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대와 그대의 가정속에 진한 아름다운 향기가 날 것입니다.

저는 신부 어머니의 부탁으로 처음 주례를 섭니다. 그래서 신랑신부 못지않게 이 결혼이 나에게도 소중합니다. 어려울 때 부모 맞잡이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연락을 주면 어제든지 환영하겠습니다.

친지 하객 분들도 오늘의 축하에 그치지 말고 이제 시작하는 신랑신부를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편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선 노 부부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당신을 만난 것이다 라고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2007. 10. 14


출처 : 선산중고 21회 동기회
글쓴이 : 이선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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