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65

일찍 찾아온 삼월삼짇

빨리 찾아온 삼월삼짇날 올 삼월삼짇날을 양력으로 3. 31.이다.작년에는 양력으로 4. 11.이다.10일 일찍 오니 날씨가 봄날치고는 차다.어머님이 하늘나라로 가신 24년 전 삼월삼짇날도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였다.24절기는 양력이라 계절에 맞지만, 삼월삼짇날은 음력이다 보니이렇게 차이가 있는가 보다. 이날 가족들이 먼저 산소에 들려 조상님께 절하고 밤에는 구미 형님집에서 제사를 지낸다.예년과 같이 1년 내내 먹을 쑥을 뜯고, 가죽 순도 꺽고, 머위잎도 따고선산읍내 방앗간에 들려 고소한 콩고물도 산다는 계산하에 호미, 칼, 산소 주변에심을 꽃씨까지 챙겨갔다.잔뜩 기대하고 집사람과 같이 고향을 찾았으나 아직 산야에 그 흔하디흔한진달래꽃과 산벚꽃도 볼 수 없다.산소에도 민들레꽃 정도가 보일 뿐 아직 쑥도 ..

나의 이야기 2025.04.10

굼벵이 3마리(羽化登仙)

굼벵이 세 마리(羽化登仙) 역시 봄은 순조롭게 오는 것이 아니다.봄을 기다리는 천지만물에 혹독한 시련을 주기도 한다.엊그제 날씨는 20도를 오르내렸는데 이 번주는 시베리아 한파가몰아치고 눈까지 내린다고 한다.봄은 항상 어린 아기처럼 뛰뚱거리다가 넘어지기도 하고,술 취한 사람처럼 지그재그 걸음으로,때로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오기도 한다.그러는 사이에 봄은 우리 곁에 섬큼 와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봄이 오기 전에 베란다 화분에 흙을 뒤지고 퇴비를 넣어야 하는데올해는 너무 늦었다.그래도 그저께 60여개의 화분에 퇴비 넣기를 다 마쳤다.벌써 화분에는 작년에 떨어져 싹을 틔어 자란 민들레와 방아가그들만의 영토를 장악했다.민들레는 벌써 꽃망울을 조금씩 내민다.이들은 너무 생존력이 강하여 다른 작물을 ..

나의 이야기 2025.03.21

밀벌집(露蜂房)

말벌집(露蜂房) 험상궂고 섬뜩하다.뭔가 집어 삼킬듯한 표정이다.겨울이 지나면서 앞동산 아카시아나무에 큰 말벌집이마귀모양을 하면서 걸려있다.한때 저 큰 집에 수 많은 큰 말벌이 들락거리면서 거대한 왕국을건설하였으리라.가을이 가면서 나뭇잎은 지고 한때는 위용을 자랑하던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자취조차 보이지 않고 헤어진 빈 집만 덩그러니 걸려있다.여왕벌을 제외한 나머지 말벌들은 모두 생명을 다하고 여왕벌만 흙이나 나무에숨어 동면을 한다고 한다.봄이 되면 다시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로운 왕국을 건설한다고 한다.과거 집은 다시 찾지 않는다.하지만 꿀벌이나 땡벌은 동면을 하는 것으로 안다. 어릴때 시골에서 말벌을 대추벌(장수말벌)이라고도 하며 말벌에 쏘이면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부모님 농가에 계실 때 처마밑..

나의 이야기 2025.03.11

까치산장

까치산장 까치산장은 까치산 정상 부근에 있다.그곳에 시골 초등학교 여자친구가 외로이 혼자 살고 있다.까치산역에서 내려 오르막 길을 한참 가야 한다.이 산장을 찾을 때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폐활량이 좋아 건강하겠다는생각을 많이 한다.산장의 여인은 처음부터 그곳에 살지 않았다.가파른 경사길이라도 중간 지점에 점포를 얻어 미장원을 했다.건물주가 건물을 새로 짓는다며 점포를 비워 달라니 달리 방법이 없어 미장원을그만두고 이곳 개인 주택의 지하 방을 하나 얻어 혼자 살고 있다.여자라면 멋진 남편 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알콩달콩 살고 싶지 않는 사람이어디 있겠는가?누가 말했던가?인간은 무자비한 운명 앞에 내버려진 가련한 꼭두각시라고.산장의 여인은 우리보다 나이가 2살 많아 누님으로 불러야 옳으나초등학교를..

나의 이야기 2025.02.14

청계산장

청계산장 청계산장은 청계산 바로 아래 텃밭에 지은 농막으로 대학동기들이 지은 이름이다.모 고등학교 동문들이 하는 텃밭에 대학동기가 있어 그 덕에 우리도 일년에 몇 차례산장을 이용한다.오래 전부터 명절 지난 다음날 그 곳에서 모임을 갖기 때문에 설 다음날인 어제도만남을 가졌다.인덕원역에서 만나 마트에 가서 삽겹살 등 요리 재료와 막걸리, 소주 과일 등을 사서각자 가지고 온 배낭에 넣고 마을버스를 타고 산장에 오른다.설 전날 산장에 눈이 많이 왔으니 올 때는 옷 따뜻하게 입고 아이젠 가지고 오라는산장지기의 전갈과 눈내린 산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받은 터라마음은 더욱 설레인다.낮 12시쯤 인덕원역 2번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니 서울구치소로 가는 애국자들도많이 탄다.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수형생활 중에 수없이 서..

나의 이야기 2025.02.07

복은 내가 손해보는 것

복은 내가 손해보는 것 고뿔이 걸려 새해 첫날에도 두문불출하다가 저녁에 라면 끓어 먹으니다소 몸이 풀리는 같다.핸드폰에는 연말, 연시를 맞아 저마다 새해에 복받으라고 하니 떡국을먹지 않아도 복배로 가득찼다.근데 복이라는 것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고바로 내가 손해보는 것이라 한다.명말.청초의 학자이자 관리였던 정판교는 끽휴시복(喫虧是福)이요,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유명한 글을 남겼다.뜻인즉 손해보는 것이 바로 복이요,(총명한 사람이) 어리숙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그러면 복의 반대말인 화(禍, 재앙)는 과연 무얼까?점을 잘 치기로 소문난 소강절 선생은 내가 남에게 손해를보이는 것이 재앙(禍)이고(我虧人是禍, 아휴인시화),남이 내게 손해를 보이는 것이 바로 복이라고 했다(人虧我是福, 인휴아시복).한마디로 복받..

나의 이야기 2025.01.10

눈물

눈물 눈물에도 종류가 많다고 한다.눈물마다 화학 성분은 같은 것으로 안다.하지만 눈물마다 그 에너지는 다른 것으로 안다.이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내연의 깊은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태어날 때 세상을 맞는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어머니를 여읠 때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흐느낌 뒤에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하늘이 무너지는 비통함 뒤에 흘러나오는 애국자들의 눈물 등 등...세상에 눈물만큼 다양한 것은 없는 것 같다.하지만 요즘 2살 남짓 지난 손주의 울음소리를 들었다.행복한 눈물이다.아들에게 꾸중을 들은 손주가 울음을 터트리며 달려와 할애비 품에 안겨 흐느낀다.할애비는 이렇게 말한다.동아, 동아 울지마라.아빠는 동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무란 것이란다 하면서 등을 다둑거려 주니금방 눈물을 멈추고 활짝 ..

나의 이야기 2025.01.07

전통차(십전대보탕)

전통차(십전대보탕, 十全大補湯) 대통령 탄핵을 두고 나라가 난장판이다.며칠전 대학교 부총장까지 역임하신 선배께서 전화로 이번 토요일 광화문 집회에나오면 같이 만나자면서 평소 잘 아는 후배 여선생도 만나기로 했다고 하여흔쾌히 약속했다.사실 우파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광화문 집회에 나가는 것은 멋쩍기 때문에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가지 않았다.그래도 존경하는 선배님, 후배와 함께 한다니 내심 기쁘기도 했고,국민이 뽑은 단임제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이런 방식이라도 뜻을 표현해 보고싶었다.5호선 광화문역 8번출구에 낮 12시에 만나 점심을 하고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후배 여선생이 대학 합창단소속 선.후배 여성동문 7명을 더 데리고 나와10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연세가 많으신 여..

나의 이야기 2024.12.18

첫눈(瑞雪)

첫눈(瑞雪)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뭔가 이상하여 이내 잠이 깬다.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첫눈이다.이게 잠을 설치게 하고 가슴 두근거리게 하여 잠을 깨었구나.이미 예고된 것이라 몰래 오는 첫눈보다 감흥이야 덜하지만,그래도 가슴은 아이들과 바둑이처럼 설레인다.첫눈이 오면 갑자기 생각나는 시와 산문이 있다. 그 하나가 김광균의 설야(雪夜)라는 시(詩)다."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로 시작되고"먼 곳의 여인의 옷벗는 소리"도 기억난다.핸드폰을 켜서 시를 말없이 읊조려 본다. 또 김진섭의 산문 백설부(白雪賦)도 찾아 읽어 본다.젊은 시절에 느꼈든 짜릿한 전율은 아니라도 나름대로 흥이 난다.감수성 많은 청춘의 시절에 눈에 대한 감미로운 글을 접할 수 ..

나의 이야기 2024.12.02

막걸리

막걸리 1뜬다.뜬다.밥알이 뜬다.고두밥 쪄서누룩과 섞어단지에 넣고물 붓고술 약 넣고옷 입혀기다리니아부지 좋아하는술이 익어간다.술향기 맡고어찌 가만히 있으랴.맑은 술 한 그릇 떠맛을 보신다.캬!맛 좋다.정수(精髓)가 빠진 고두밥은밥알이 되어단지에그릇에배속에둥둥 뜬다. 2돈다.돈다.세상이 돈다.어머니 술단지에서찐다지 퍼내채에 걸러막걸리 만드신다.막걸리는 아부지 마시고남은 찌꺼기는사카린 섞어입맛 다시며구경하는 우리들의주린 배 채우신다.술 찌끼미달콤한 맛에세상이 돈다.우리 볼이익어간다. 3누구를 미혹(迷惑)하든 말든우리와 상관없다.밥알은 밥알대로누룩은 누룩대로혼은 혼대로다 던지고그 자리로돌아간다.도가집 술이 되어 팔려 가도좋고,농부집 밀주가 되어도좋다.동동주가 되든막걸리가 되든술찌끼미가 되든상관없다.어차피 세상..

나의 이야기 202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