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책제명은 <소오강호>라는 옛날 곡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 안의 거문고 곡조는 진나라(晋) 때의 사람 계강(稽康)의 명곡 <광릉산(廣陵散)>을 편곡하여 만든 것이다. <광릉산>, 일명 <소오강호곡(笑傲江湖曲)>은 아주 고아하고 뛰어난 '은사(隱士)의 곡조'이다.
진나라 때의 계강은 '문사(文辭)가 장려하고, 노장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했으며 항상 의협심이 강했다'고 전해진다.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위나라(魏) 종실(宗室)과 친인척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사마씨에게 의탁하기를 원치 않았었다. 사실상 그는 용모가 아주 준수하고 뛰어났으며, 박학다식한 데다가, 거문고를 잘 탔고 그림에 능했으며 노장 사상에 심취하여 '명예와 교리를 초월하여 자신의 뜻대로 행하는 자유로움'을 추구했으며, 정치면에 있어서는 악을 싫어하는 의지가 강했고, 자신의 재주를 과시하곤 했으며, 사람됨이 구름이 떠가고 물이 흐르듯이 자유롭게 제 멋대로 행하곤 했기 때문에 당연히 조정에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정치적 활동에 적합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은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아주 유명한 '은사'이며, 개성의 해방을 추구한 유명한 인문주의자였다! 하지만 사마소(司馬昭)에게 참소당했기 때문에 끝까지 은사 노릇을 할 수가 없었다.
사마소는 명령을 내려 그를 죽이라고 했고, 계강은 죽음에 임해, 거문고로 곡조를 읊었으니 그것이 바로 <광릉산>이며, 그 때 계강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광릉산>은 사라지고 말겠구나!"
뜻밖에 음악에 미칠 정도로 빠져 있던 일월교의 장로 곡양(曲洋)은 계강의 '이제 <광릉산>은 사라지고 말겠구나!'라는 이 말에 불만을 느껴 서한(西漢)과 동한(東漢) 시대의 황제들과 대신들의 무덤을 스물 아홉개나 파낸 끝에, 마침내 채옹(蔡邕)의 무덤 속에서 <광릉산>의 악보를 발견해 내고 만다. 그리고는 그 악보를 거문고와 퉁소의 합주에 어울리는 <소오강호곡>으로 편곡하였고, 이로써 형산파(衡山派)의 유정풍(劉正風)과 생사를 함께 하는 교우 관계를 맺게 된다.
소설에서 형산파의 대협객인 유정풍은 오랫동안 곡양 장로와 <소오강호곡>을 연습하고자 했으나, 곡양이 일월교의 장로인데다가, 오악검파 등의 명문 정파에서는 일월교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치부했던 때문에 형산파에서는 곡양과 교우 관계를 맺기가 어려웠으므로 '금분세수(金盆洗手:은퇴)'를 하고 무림계를 떠나 음악 예술에만 전념하며 곡양 장로와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눌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은퇴는 뜻밖에 '오악맹주'인 좌랭선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어 '금분세수'의 아름다운 꿈은 결국 집안이 망하고 사람들이 살해되는 참극으로 변하고 만다. 또한 유정풍과 곡양은 함께 자살해 버리나, 다행히 이 <소오강호곡>은 전수받을 사람을 찾아달라고 하는 유언과 함께 영호충에게 전해지게 된다.
영호충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거문고를 탈 줄 알고 퉁소를 불 줄 아는 일월교의 공주 임영영(任盈盈)을 만나게 되고, 이로 인해 '푹 빠져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경지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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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칠현(위진남북조 시대 현실 정치의 어지러움에 세상을 등지고 초야에 묻혀 자연을 노래하던 완적(阮籍)·혜강(嵆康)·산도(山濤)·향수(向秀)·유영(劉伶)·완함(阮咸)·왕융(王戎) 7명의 현자들로 모두권력자 진나라의 사마씨에게 회유되나 혜강만이 거부하다 처형 당한다) 중 혜강이 죽을 때 연주했다는 거문고곡 광릉산은 바로 사기의 자객열전에 나오는 섭정의 이야기다.
섭정(聶政)은 전국 시대 한나라 사람이다. 섭정의 아비는 한왕을 위해 칼을 만들던 자로써 한왕의 칼을 제작하다 이른바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처형 된다. 이때 섭정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고 섭정이 태어나자 어머니는 아비가 죽게된 자초지종을 아들에게 모두 알려준다. 이에 섭정은 아비의 원수를 갚기로 한다.
원수를 갚기 위해 섭정은 검술을 열심히 배워 복수의 길을 나선다. 왕궁에 들어가기 위해 기와 굽는 사람으로 위장해 왕궁에 잠입해 호시탐탐 복수의 기회를 엿보다 드디어 복수의 칼을 휘둘렀지만 암살에 실패하고 천신만고 끝에 도망쳐 태산으로 숨어든다. 그러던중 우연히 선인을 만나 거문고를 배우게 된다.
섭정은 수배중이라 신분을 숨기기 위해 옻으로 온몸을 칠해 얼굴이고 머고 이상하게 만들고 숯을 삼켜 목소리까지 괴상하게 만들어 변장을 한다 근 10년을 그런상태로 각고의 노력 끝에 거문고의 신이 되서 드뎌 다시 복수의 길을 떠나 한나라로 들어간다.
한나라로 잠입한 섭정은 길바닥에서부터 거문고 연주를 하는데 그 실력이 점점 소문이 퍼져 한왕에까지 이르게 된다. 한왕은 섭정의 거문고 연주를 듣기 위해 그를 궁으로 불러 들이는데 이때 기회를 얻은 섭정이 거문고에 단검을 숨겨 들어간다.
섭정이 드디어 한왕 앞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는데 그 가락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경호원들까지 소리에 취해버렸다. 이 틈을 타 섭정은 한왕을 살해한다
섭정은 한왕을 살해한 후 혹시라도 모친에게 화를 입힐까 자신을 알아 볼 수 없도록 스스로 팔다리를 자르고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게 훼손한 후 자결한다.
열받은 한왕족이 저자거리에 섭정을 매달아 놓고 신분을 알아내려고 애쓰는데 그 때 왠 노파가 다가와 펑펑 우는데 그가 섭정의 모친이라. 섭정의 모친은 울면서 '이 사람이 내 아들 섭정이다'라며 부친의 원수를 갚고 혹여 어미에게 화가 미칠까 이리 죽었고 이런 아들의 용맹함과 영웅적인 모습을 어찌 세상에 알리지 않겠는가 하며 목 놓아 울다가 모친도 결국 자결한다.
원수를 갚는 정도가 대단에 대단 또 대단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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