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낮에 도깨비에 홀리다.

하일도 2016. 4. 22. 16:33

대낮에 도깨비에게 홀리다


도깨비 이야기를 하면 도깨비가 나오는가?

같은 대학 동기 3부부가 매달 음력 보름이면 보름달을 보면서 안산(연세대 뒤산으로 정산에 봉수대가 있음)에 오른다. 우리는 이 모임을 안망회(鞍望會)라 명했다.

이번 안망회는 보름날 다른 사정이 있다하여 하루 당겨 하기로 했다.

날씨도 흐려 달을 볼 수 없었으나 도심의 밝은 불빛으로 인하여 렌턴 없이도 걸을 만 했다.

그래도 밤이라 낮선 사람이 나타나면 깜작 놀라곤 하였는데 이상하게도 도깨비라는 말이 나와 어릴 때 도깨비 이야기를 하면서 산을 올라 갔다. 우리 세대는 어릴 때 밤이면 참으로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 하기도 했다. 누구 아저씨는 어제 밤에 도깨비 만나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도깨비는 심술궂어 사람을 홀린 후 가시밭길을 갈 때는 물이라고 하면서 옷을 벗으라고 하고, 반대로 물길을 갈 때는 가시밭길이라면서 옷을 입고 내리라고 한다고 한다.

성장한 후에 생각하여 보니 술이 취한 아저씨들이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주정하고 도깨비에 홀렸다고 변명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은 오후에 의정부지법에서 증인 재판이 있었다.

내 시골 친구측이 의뢰인이었는데 우리측에 매우 불리한 재판이다. 우리 의뢰인이 연대보증각서에 서명날인을 했는데 이를 부인하는 재판으로서 우리가 위 각서가 효력이 없다는 증거를 대야 한다.

근데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증인을 우리가 신청했고, 그 증인이 우리측에 유리하겠끔 증언해 주기로 했다고 해서 다소 마음늘 놓고 재판에 임했다.

오후 3시 20분에 지정된 재판이 선행 사건으로 거의 4시가 되어야 시작되었다. 또 증인 신문을 하려고 하니 법정 녹음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10분가량 난리 법석을 부려 겨우 고치고 나서 내가 묻기 시작했는데 증인이 당초 생각과 달리 묻는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증언을 한다.

상대측에서 이미 손을 썬 기분이다.

이런 경우 변호사로서는 상당히 당황하고 의뢰인에 대하여 기분이 상한다. 당초 기대와 다르기 때문에 증인 신문도 어렵다.

거의 1시간 가량 증인 신문으로 진을 빼고 재판이 끝나자 다소 맥이 빠진 상태에서 어차피 사무실로 가기는 너무 늦어 집으로 가기 위하여 의정부 녹양역에서 인천가는 전철을 타고 가방을 선반에 올려 두고 자리가 없어 서서 신문을 꺼내어 보았다.

그러던 중 여러 역을 거치는 동안 옆자리에 자리가 비어 자리를 잡고 신문을 보다가 선잠을 자기도 하고 다시 신문을 보면서 전철이 종로5가역에 정차했을 때 눈이 뜨여 앞 선반을 보니 내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방금 까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나서 5가역에서 내리는 사람이 가져 갔어리라 생객하고 나도 막 뛰어 내려 먼저 내린 사람들을 따라가 살펴 보았으나 내 가방을 가진 사람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내가 내린 전철을 타려고 하였어나 이미 그 전철은 출발하여 탈 수가 없었다.

너무 당황하여 역무실로 올라가 역무원들에게 그간 사정을 이야기 하니 그곳 역무원들이 나를 진정시키면서 방금 지나간 열차는 121호열차라고 하면서 내가 탄 열차의 호실을 알아여 그 호실에서 손님의 가방이 있는지, 아니면 누가 가방을 가져 갔는지 확인이 가능하니 몇 호실에 탔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나 앞쪽은 분명한데 1호칸인지 2호칸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1호칸 아니면 2호칸이라고 말하자 하나만 말하라고 하여 2호칸이라고 했다. 이에 역무원은 121호차가 아직 지나가지 않은 역의 역무원에게 몇 차례 전화를 하여 2호칸 선반에 있는 내 가방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런데 그런 가방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내 가방을 가져 갔다는 의미인데 역무원들이 내가 내릴 때 내 가방을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 보려고 cctv를 확인하였으나 내가 당황하여 내리는 장면을 보였으나 내 가방을 가지고 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가만이 생각해 보니 내 가방을 둔 곳은 내가 앉은 바로 앞 선반이 아닌 내가 자리한 같은 쪽 선반 중간지점인 같았다. 그렇다면 내 가방은 지금도 전철 선반에 있으니 다시 확인을 부탁하였다.

역무원이 다시 부평역 역무원실로 확인을 부탁하였고, 그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중 부평역 역무원이 내 휴대폰으로 내 가방을 확인했다는 전화가 왔다.

정말로 기뻤다.

종로 5가역 역무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방을 보관하고 있는 부평역 역무원실로 전철을 타고 갔다.

밤 8시 반에 되어 부평역 코레일 역무원실에 가니 역무원이 알려준 2호차에 확인하여 보니 가방이 없어 혹시 1호차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1호차를 보니 찾던 가방이 있었다 것입니다.

부평역 역무원의 성실한 직업의식으로 그래도 다행히 가방을 찾게 되었다.
가방에는 소송기록이 있었고, 현금도 다소 있어 내게는 대단히 소중한 것이 었는데 코레일 역무원의 도움으로 가방을 찾게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약간의 인사라도 하려고 하였으나 코레일 역무원은 절대 사적인 인사는 받지 않는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평소 메스컴에서는 역무원들의 불친절 등을 언급하고 있으나 실제 경험해 본 나의 입장에서는 코레일 직원이 얼마나 친절하고 업무에 철저한지 세삼 느꼈다.

내가 선잠에 깨어 남이 가방을 가져 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한번은 전철을 다고 가던 중 언듯 가방은 둔 선반을 보니 가방이 보이지 않았고 누가 내 가방을 가지고 급히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전철 문이 닫히는 순간 급히 내려 그 사람을 따라 잡아 가방을 찾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 승용차가 있지만 주로 전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내 건강도 지키고, 우리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마누라는 왜 늦는 지 자꾸 전화가 온다. 그래도 가방을 두고 내렸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사정이 있어 늦는다고 했다.

그저께 도깨비 이야기 하였다가 오늘 내가 도깨비에게 홀려 혼이 난 날이었다.

2016. 4. 21.

이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