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안망할줄 알았던 안망회(鞍望會)
수년전에 대학동기들이 서대문구 안산(鞍山, 높이가 296미터로 정상에 봉수대烽燧臺가
있음)에 모여 보름달을 보는 모임을 만들었다.
보름날밤에 부부동반하여 안산에 올라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고 보름달을 보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회포를 푼다고 생각하니 너무 멋들어진 모임이고 명칭이다.
더구나 보름날이 봄날 꽃피고 새우는 날이 되면 그 멋의 향연은 상상을 초월하여
자연과 하나된 기운을 가진다.
수년동안 모임이 잘 유지되었다.
근데 명칭 그대로 결코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안망회가 망회(亡會)가 되었다.
사실 대부분 한강 남쪽에 사는 동기들에게 강북쪽 안산, 더구나 밤에 모인다는 것은
너무 부담이 되었을 것이고 모임도 한곳으로 지정되다 보니 너무 단조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한강남쪽 친구들이 다시 남망회(南望會)를 새로 결성하면서 남망회는 흥하고
안망회는 유명무실한 모임으로 전락한 것이다.
안망회 회주(會主)께서 몸까지 불편하여 나와 회주만이 가끔 부부동반하여
낮에 안산에 오른다.
오늘같이 벚꽃피는 시절이면 회주 부부와 같이 안산에 올라 벚꽃놀이를 한다.
일기예보에 오늘 오후 부터 내일까지 강풍이 불고 비가 내린다하니
안산 벚꽃을 즐길 기회는 오늘 오전이다.
회주께 전화를 하니 사정이 있어 함께하기 어려우니 사진 찍어 보내달라고 한다.
집사람에게 벚꽃놀이 가자니 자기는 앞동산 성미산에 가서
맨발걷기를 하겠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혼자 나섰다.
벚꽃은 비단 안산에만 있는게 아니라 안산으로 이어지는 홍제천에도 늘어서
그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안산 초입 인공폭포와 물레방아쪽에는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다.
집을 나설 때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 4시부터 비가 온다고 하여 우산을 챙기지
않았는데 오후 1시가 가까워지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바람에 떨어지는 꽃비를 맞으며 벚나무 아래를 노닐었는데,
봄비까지 맞으며 집으로 돌아 왔다.
베란다 화분을 살피니 배추흰나비가 케일잎 뒤에 비를 피해 붙어있다.
겨울을 이겨낸 케일은 긴 짱다리를 올리며 수많은 꽃을 피우고 있다.
씨를 받으려 한다.
아래 글은 10년전인 2015.4.18.안산을 오르면서 부른 노래.
안산에 올라
꽃은 피고 지고, 또 피고
신록은 나날이 푸르름을 더한다.
봄물 내려 떨어지니
물래방아 한가롭게 돌아가고
산비탈 너와집에
도인은 보이지 않는대
복숭아꽃 보이니
여기가 선경일새
2025.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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