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5년째 모란맞이

하일도 2025. 6. 20. 16:33

35년째 모란 맞이

 

올해가 35년째 맞는 모란 맞이입니다.

여기 빌라에 입주한 지 35년째 맞는 해이고, 처음부터 목단은 단감나무와

함께 화단에 심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에 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를 알지 못했으면 모란에 대한

기다림이나 추억은 없었을 것입니다.

영랑은 모란에 대하여 더 이상 노래할 수 없을 만큼 온몸으로

영혼을 담아 노래했습니다,

나의 모란 맞이는 모란이 지면서 시작됩니다.

지는 모란잎을 주어 말려 시간 날 때마다 그 아름다운 모습과

그윽한 향을 음미합니다.

봄철이 되면 지천으로 각종 꽃이 피지만 나에게 이것은

단지 모란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행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먼저 자목련이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습니다.

이어 앞동산(성미산)과 뒷동산(안산)의 벚꽃이 현란하게 피었다가

이내 낙화합니다

또, 영산홍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동시에 라일락이 멋진 자태로 나타나 한들한들 춤추며 진한 향을 내뿜습니다.

그 뒤를 이어 주인공인 모란이 등장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모란을 관찰합니다.

사무실 가까운 강남 서초동에는 며칠 전부터 모란이 피고 지금을 잎이 떨어지고 있는데,

우리 집 모란은 아직 꽃망울을 숨긴 채 기별이 없습니다.

어제는 귀가하면서 보니 앞집 모란도 꽃이 피기 시작했고,

우리 집 모란도 부끄러운 듯 선홍색 꽃망울을 살짝 내밀고 있습니다.

다른 모란은 꽃이 크고 검붉은데 우리 집 모란은 날렵하고 색도 훨씬 더 곱습니다.

오늘 아침에 5송이 모란이 막 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2-3일이 되어야 속살을 보여줄 듯합니다.

자목련이 필 때는 직빠구리가 요란스레 떠들었는데, 모란이 활짝 피는 날에는

까치가 와서 노래하여 주기를 기다랍니다.

모란에 대한 나의 열정은 40여 송이가 핀 2023년에 정절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때 페이스북에 4. 14.부터 4. 25.까지 5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인용된 글 중에 영랑의 ‘모란이 피란이 피기까지는’ 시도 있고,

이백의 청평조사(淸平調詞) 3수(首)도 있고,

공자의 문자(逝者如斯夫, 不舍晝夜)도 있고,

조영남이 부른 ‘모란 동백(이재하가 작사, 작곡하여 부른 노래라고 함)’도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모란을 노래할 열정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 집 모란은 해걸리를 하는지 올해는 꽃망울을 맺은 것이

10여송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떤 해는 단 2송이만 핀 해도 있었지요.

단감나무가 양분을 다 빼아 가는지 걱정입니다.

하기사 빌라 입구에 심어진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주위 민원으로 제거된 상태입니다.

2025.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