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는 평생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마태복음』 8장 20절)”는 말처럼 평생 집 한 칸 없었다. 예수는 잔치를 베풀게 되면 “벗이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한 이웃을 청하지 말라”면서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저는 자들과 맹인들을 청하라(『누가복음』 14장 12~13절)”고 말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도 재산 소유를 금했다.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마태복음』 10장 8절)”는 것이다. 심지어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9절~10절)”고 일렀다.
어려서부터 모든 계율을 지켰던 한 부자가 예수를 따르기를 원하자 예수는 “가서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에게 주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마가복음』 10장 21절)”고 말했다. 그 부자는 슬퍼하면서 예수 곁을 떠났다. 그러자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심히 어렵도다(23절)”라고 말했다. 제자들이 놀라자 예수는 거듭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25절)”고 못 박았다.
예수는 가족애도 초월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며(『마태복음』 10장 37절)”라는 것이다. 예수를 보고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요한복음』 19장 6절)”라고 거듭 외친 자들은 예수가 비판했던 교회 지도자들이었다. 그러나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리라(38절)”는 말처럼 예수는 자신의 앞길이 십자가의 길임을 알고 있었다. 목사들끼리 고소·고발전을 벌이는 소망교회 사태나 총회장이 세속 법원에 의해 직무 정지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 첫째 아들 파와 둘째 아들 파로 나뉘어 싸우는 순복음교회 사태는 예수의 가르침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 가시 면류관 쓴 십자가의 예수는 보이지 않고 황금 면류관을 쓴 부활의 예수만 보이나 보다. 십자가의 고통이 없으면 부활의 영광도 없다는 것이 예수의 가르침이다.
역사편론가 이덕일 2011. 4. 25. 중앙일보 고금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