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마이
오후 법정에 갔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사무실 아가씨가 메모 쪽지를 전한다.
읽어보니 시골 구미에 사는 친구 상마이가 전화해달라는 내용이다.
휴대폰을 보니 상마이한테 전화가 왔으나 내가 받지 못하였다. 법정에 갈 때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 두기 때문에 급한 전화가 와도 받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더구나 상마이는 시골 초등학교 동기로서 전화가 오면 반갑다기 보다 전화받기를 꺼리는 편이다.
상마이의 고향은 선산군 태봉인데 우리 마을 보다 더 깊은 산골짜기이다.
또 그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여 겨우 초등학교를 보낼 정도여서 초등학교 부근에 사는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곳 아들을 깔보았다.
더구나 상마이는 키도 작고 몰골도 형편없는 데다가 한쪽 손.발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다시피 한다. 거기다가 말조차 어눌하여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없어 몇 차례 큰소리가 오가야 하고, 말투 또한 고분 고분하지 못하고 퉁명스럽다. 학교 운동회나 각종 행사가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팔아 겨우 가족의 생계를 꾸려 간다.
또 내개 하는 전화는 대부분 부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전화오는 것이 겁이 난다.
오래 전에 일이지만 한번은 교통사고를 당하였다고 하면서 보상관계를 물어 왔다. 정말 많이 다쳤다. 당시 보험회사와 합의를 하면 얼마 받지 못한다.
결국 내가 비용들 들여가며 소송을 하게 되었고 감정 의사와 판사들을 잘 설득한 결과 상당한 보상금을 받게 되었다. 물론 나도 그 보상금에서 소송비용도 받고 변호사 보수도 좀 받았다. 상마이는 그 돈으로 구미에서 개인 주택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가뜩이나 온전치 못한 몸이 교통사고로 더 망가지게 되어 한손과 다리를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또 한번은 자기 딸이 루퍼스병으로 경북대학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이변호사가 담당의사에게 치료 및 치료비 등을 부탁해 달라면서 담당의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 준다. 변호사면 뭐든지 부탁해도 되는 사람인 줄로 아는 지 모르겠으나 이를 때 참 난감하다.
무시해 버리려고 하니 그 친구가 오죽했으면 자기 딸의 병 때문에 나에게 이런 전화까지 하였을까 생각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