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참새 잡다.
우리 농장에는 참새, 비둘기가 단골손님이다.
봄에는 흙을 뒤져 화분에 심어 놓은 각종 씨앗이나 벌레를 쪼아 먹고, 싹이 나면 싹을 뜯어 먹는다.
채소가 크면 아예 그 위에 앉아 있기도 한다.
그러면 채소는 크지 않고 시들어 죽는다.
화분에 들깨씨를 심어 들깨잎을 따서 먹는데, 들깨씨가 여물기도 전에 참새들이 다 쫓아 먹는다.
해마다 들깨씨를 건지기 어려울 정도였으나 올 봄에는 들깨씨가 없어 모종을 사서 심었다.
그래서 들깨씨가 여물기 전에 미리 들깨나무에 비닐 종이를 씌어 두었다.
그래도 참새들이 비닐종이 속으로 들어가 들깨씨를 쪼아먹는다.
수일전에는 문을 열자 참새들은 쏜살같이 도망가고 한마리가 비닐종이 속에 있다.
손을 넣어 잡아 내어 만져보고 살려 주었다.
참새를 손에 잡자 과거 어릴 때 추억이 떠 올랐다.
겨울이 되면 밤마다 전등을 켜고 사다리를 타고 초가집 처마끝에 있는 새구멍에 손을 넣어 참새를 잡는다.
10여마리 정도 잡으면 털을 뽑고 참새구이를 해먹기도 했다.
가끔은 새집에 손을 넣다가 뱀을 잡고 소서라치게 놀란 기억도 있다.
또 눈이 오는 날이면 마당이나 여물간에 새털을 놓아 그 아래 알곡을 두고 방안에서 기다리면 새들이 날아와 알곡을 먹을때 새끼줄을 잡아 당겨 참새를 잡은 기억도 있다.
얼마전 시골에 가서 들깨나무에 있는 뜰깨집을 보니 들깨씨가 그대로 들어 있다.
시골은 새들이 먹을게 많아 들깨씨 정도는 손을 데지 않는가 보다.
봄부터 서리가 내리는 가을까지 새들과 전쟁이다.
그러면서 올 한해도 마무리 한다.
2021. 11. 12.
이선호
백문현, 전광진, 외 3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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