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벚꽃 세상

하일도 2024. 5. 1. 15:50
벚꽃 세상
 
진해 군항제를 시작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을 벚꽃 소식으로 물들인다.
Sns에는 하동 십리길벚꽃, 여좌동 벚꽃도 올라온다.
내고향 구미, 선산에도 벚꽃 소식이 올라 온다.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는 생신이 벗꽃 피는 시절이라 금오천 변의 벚꽃에
흠뻑 빠져버리기도 했다.
어릴 때는 시골 산촌에는 벚꽃이 없었다.
야산에서 화려하지 않게 피는 사꾸라꽃(산벚)을 보는 것이 고작이다.
근데 고향을 떠나 김천고등학교를 가서 봄을 맞으니 학교를
온통 벚꽃이 뒤덮는다.
점심후 학교뒤 송정으로 가서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노라면 벛꽃의 편린이
흰 눈송이 되어 온몸에 떨어진다.
국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멋지게 일필휘지한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도 읊조려 본다.
가끔은 일정시대에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사학재단인데 왜 일본의 국화인 벚나무를
이렇게 많이 심었을까 생각도 해 본다.
 
내가 지금까지 33년째 사는 집 앞에는 성미산이라는 작은 동산이 있다.
집 뒤에는 서대문 안산(鞍山)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자 마자 베란다 문을 열고 앞동산을 바라보며 벚꽃 소식을 접한다.
산길마다 벚꽃이 피어 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벚꽃의 향연에 몸을 던지고 싶지만 시간을 내지 못했다.
지난 토요일에 앞동산을 둘렀을 때 이미 많은 벚꽃이 떨어져 꽃길이 되었다.
아직 산 등선에 이어져 심어진 겹 벚꽃은 망울만 부풀린체 피지 않았다.
또 뒷산 안산도 벚꽃 천지다.
낮은 둘레길, 중간 둘레길에도 모두 오래된 벚나무들이다.
지난 수십년을 함께한 벚꽃, 특히 안산의 명물 능수벚꽃이 궁금하여
일요일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산을 오르는 길은 벚꽃을 즐기는 상춘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어 밀려 나간다.
벚꽃도 최고 절정이다.
30여년을 보아 왔지만 오늘의 벚꽃이 최고다.
가끔은 벚꽃속에서 찍빠구리가 노래한다.
찍빠구리는 매화, 살구꽃, 벚꽃을 좋아하나 보다.
서대문구청에서는 해마다 밤꽃구경을 할 수 있도록 현란한 조명장치를 한다.
집사람은 무릎이 아프다고 하고, 혼자 즐기기에는 너무 밋밋하여 올해는
밤에 벚꽃속에서 즐기는 잔치(春夜遊宴)는 그만 둬야겠다.
모름지기 꽃잔치에는 지인과 술과 호쾌한 문장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
 
권익위 직원이 퇴근시간 되었다고 알린다.
권익위가 있는 광화문쪽에서 시청역까지는 넓은 광화문 광장이 있다.
매달 한번씩 35년째 오는 무료 법률봉사날이지만 집으로 갈 때마다
넓은 광장을 활보하며 도심의 공기를 마신다.
광장 곳곳이, 틈틈이 온갖 기화요초가 그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그윽한 향기가 우리를 취하게 한다.
비단 봄은 산넘어 남촌이나 해변, 계곡에만 있지 않다.
나라 전체가 꽃대궐이다.
2024. 4. 8.
 

 

벚꽃을  구경나온 상춘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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