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전통차(십전대보탕)

하일도 2024. 12. 18. 16:58

전통차(십전대보탕, 十全大補湯)

 

대통령 탄핵을 두고 나라가 난장판이다.

며칠전 대학교 부총장까지 역임하신 선배께서 전화로 이번 토요일 광화문 집회에

나오면 같이 만나자면서 평소 잘 아는 후배 여선생도 만나기로 했다고 하여

흔쾌히 약속했다.

사실 우파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광화문 집회에 나가는 것은 멋쩍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존경하는 선배님, 후배와 함께 한다니 내심 기쁘기도 했고,

국민이 뽑은 단임제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라도 뜻을 표현해 보고싶었다.

5호선 광화문역 8번출구에 낮 12시에 만나 점심을 하고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후배 여선생이 대학 합창단소속 선.후배 여성동문 7명을 더 데리고 나와

10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

연세가 많으신 여선배님은 머리수라도 더 보태겠다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하며

점심식사를 사셨다.

엄청난 사람들이 운집하여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워 탄핵 반대의 흥을

고조시켜 나갔다.

그러던 중 대학선배님이 프레스센터 지하 전통찻집에 있으니 추위에 차 한잔 하고

기운을 복돋어야 한다면서 차한잔 하자는 연락이 왔다.

후배 여선생과 같이 전통 찻집에서 십전대보탕을 시켜 복용했다.

十全大補湯은 氣와 血를 보하는 한방의 이름난 보약이다.

십전대보탕에 생밤 3개 깐 것 한접시, 잣 호박씨 등을 담은 접시도 따라 나오는데

가격은 6,000원이다.

다 먹고나니 추위도 가시고 기운이 다시 돋는다.

중학교 동기 모임 후 가끔 가는 사당동 정다방 쌍화차(7천원)보다 훨씬 낫다.

과거 사무실이 시청부근에 있을 때 나는 커피가 맞지 않아 가끔 삼성본관 지하

전통찻집에 가서 십전대보탕을 시켜 먹었다.

그릇이 크고 양도 많다.

큰 그릇을 두손으로 잡고 조금씩 마시다가 놓고,

한약 맛을 지우기 위하여 생강절편을 떼어 먹었다.

조선시대 대역죄인이 사약을 마시는 폼과 같다고 하여 사약 먹어러 가세 하며

동료들과 십전대보탕을 즐겼다.

삼성본관은 강남으로 가고 그곳은 강북삼성병원건강진료센터로 변했다.

수 십년 뒤에 프레스선터 지하에서 십전대보탕을 지기들과 마시니 감회가 새롭다..

십전대보탕 마시고 힘을 냈으나 결과는 탄핵소추 가결이다.

선배님, 후배님, 십전대보탕에게 면목이 없다.

집을 나올 때 힘내라고 먹을 것을 싸준 아내에게도 미안하다.

청와대가 싫다고 용궁으로 간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지니

온갖 짐승들과 벌레들이 뜯어먹겠다고 혈안이 되어 싸운다.

뒤에서 이들을 노리는 자들이 또 있다.

이것도 운명이고 넓게 보면 아무도 거역할 수없는 자연의 순환이다.

한줄기 광풍이 지나가고 우리는 악몽을 꿈꾼지 모른다.

윤통으로부터 감투받고 대통령 시계받고, 표창장 받고, 선물받고,

혜택받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런 입장이 되지 못해 궁금하다.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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