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다귀 단상
일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가 될 때까지 잘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어릴 때는 동물이든 사람이든 교미하거나 연애하는 것을 죄악시 하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암.수개들이 교미하는 것을 보고 뭉둥이로 때려 이들을 갈라 놓았고, 암.수뱀이 교미하는 것을 보고 갱이나 삽으로 죽여버린 경우가 많았다.
우리 시골마을은 집안 집성촌이라 타동리 남자들이 마을 여자들과 사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자매들이 연애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부모에게 고자질 했다.
친구 어머니가 다른 어르신과 연애하는 것을 알고 밤에 몰래 따라가 돌을 던지는 등으로 그들의 불륜행위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어릴 때 시골에서 누구나 경험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요즈음도 이런 비슷한 행위를 서슴치 않는다.
동이 트면 문을 열고 화분에 심어진 식물들을 관찰하고 가꾼다.
그러면 뱀모기같은 큰 모기(각다귀)가 식물잎에 앉아 교미를 한다.
날려 보내도 이들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위로 이들 중간을 자르면 어떤 놈은 날아 도망가기도 하고 어떤놈은 날지 못한다.
사실 각다귀는 모기와 달리 사람을 물지 않아 해충이 아니다.
얼마전 내가 아는 조선일보 기자분이 길을 가다가도 개미를 밟을까 조심스레 걷는다는 글을 읽었다.
근데 왜 나는 이렇게 잔인해 졌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어릴 때부터 체득한 습성인가?
아니면 내가 싸디스트(가학성)인가?
해마다 내가 봄에 화분의 흙을 뒤질 때 굼뱅이, 애벌래 등이 나온다.
이들은 모두 식물의 뿌리를 갉아 먹는 해충이다.
그럼에도 나는 풍뎅이 굼뱅이는 모아 죽이지 않고 하나의 화분에 모아두고 기른다.
그러나 각다귀 유충은 굼뱅이 보다 작지만 무자비하게 눌려 터뜨려 죽인다.
그렇다면 애벌레가 해충이라 해서 죽이는 것 만은 아니다.
밤에는 가끔 큰 바퀴벌레도 나온다.
바퀴벌레를 죽인다. 바퀴벌레에 대하여 나도 모르게 적개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식물에 있는 진디물도 손으로 터뜨려 죽인다.
가끔 살생을 일삼는 내가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생각도 해 본다.
2022. 5. 13.
이선호
교배하는 각다귀
달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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