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를 키우는 사연
내가 자란 곳이 시골이다 보니 내 테라스 농장에 관상용 식물을 심지 않고, 상치, 배추, 무, 고추, 호박, 오이, 도마토, 들깨 등을 심는다.
먹지 못하는식물이나 꽃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봉선화를 키우는 사연이 있다.
당시 아내가 인삼의 고장 금산에 가서 값싼 수삼을 가져와 이를 중탕을 해서 마셨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어 급성 독성감염에 걸렸다.
간이 아프니 음식도 먹을 수 없고 하루도 견뎌내기 힘들었다.
수개월이 지나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을 무렵 봄에 사업을 하는 친구가 김포 부근에 있는 자기 농장에 놀러오라는 기별이 왔다.
그곳은 밤나무로 둘러쌓인 산 아래 상당히 큰 농장이었는데, 야채, 도마토, 고추 등이 심어져 있었고, 여기 저기에 봉선화가 자라고 있었다. .
친구 부부가 값비싼 소고기 등을 마련하여 정성을 다하여 우리 부부를 대접했다..
입맛이 돌아오고 생기가 났다.
하루 종일 놀다가 돌아 올 때 막 꽃이 피기 시작한 봉선화가 마음에 끌려 봉선화 몇 포기를 큰 화분에 담아 왔다.
이때 부터 내 테라스 농장에는 해마다 씨를 받아 봉선화를 키운다.
봉선화를 심고 가꾸며 꽃을 보고, 씨를 받으면서 그 친구의 고마움을 생각한다.
가끔 놀려온 손녀딸의
손톱에 꽃을 따서 물을 들여 주기도 한다.
봄에 각종 채소씨와 같이 봉선화씨를 섞어 화분에 뿌린다.
그러면 수십 포기 봉선화가 자란다.
봉성화는 주작물을 위하여 20포기 정도 남겨두고 다 뽑아 낸다. 그러다 꽃이 필 때는 10여포기만 키운다.
5월말경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고,
꽃이 지고 열매를 맺을 때인 지금은 4포기만 남아 있다.
씨를 터뜨릴 때인 지금 튼실한 열매에서 씨앗을 받고 , 마지막 꽃까지 구경하고는 줄기를 제거하여 다시 주작물인 고추, 들깨 등의 거름으로 사용한다.
봉선화에 얽힌 사연은 많으나 이것이 해마다 걸러지 않고 내가 봉선화를 키우는 이유이다.
불과 몇 포기를 기르면서 그 보다 수십, 수백배의 씨앗을 받아둔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오래되어 묵은 씨앗이 남아 쌓여간다.
이게 사람의 마음인가?
더운 여름 주말에 한강 야경을 보고, 시원한 바람 쏘이면서 이글을 적어 본다.
2022.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