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랑의 이름으로

하일도 2009. 5. 1. 00:03

사랑의 이름으로

 

1. 머리말

서양법언에 법률 1000파운드 속에 단 1온스의 사랑도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법은 냉정하고 치밀하고 논리적이고 위협적이고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법정을 생각할때 과거 신파시대의 연극에서 감정에 호소하는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이나, 변호사와 검사간에 치열하게 다투어가는 서양영화속의 장면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정에서 일어나는 재판현실은 그야말로 밋밋하고 멋대가리가 없습니다. 사실인정이나 법률판단은 엄격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판사가 하니 당연한 논리인지도 모릅니다.

 

아레 글은 필자가 변호사로서 형사, 또는 민사사건을 맡아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정에서 있었던 일을 어느 카페에 소개한 글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법적 분쟁이어떻게 법정에서 해결되고 이 과정에서 소위 법조 3륜이라고 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어떤 고충을 가지고 임하는지  잘 모를을 것이나 아레 적은 글을 읽어 보면 막연하게나마 이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피고인을 위한 변명(사랑의 이름으로)

오늘 오전에 형사재판이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40대 주부가 7살된 양아들이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 한다고 양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고 욕조에 가둬두고 추궁하는 과정에서 핫김에 아이의 얼굴을 물이 반쯤 찬 욕조에 눌러 넣어 질식케하여 사망케 했다는 것이다.

 

검사는 피고인을 폭행치사죄로 법원에 기소하였다.

 

피고인은 이렇게 변명한다.

아이가 돈을 훔치고 계속 거짓말하여 버릇을 바로 잡기 위하여 겁주기 위한 차원에서 욕조에 얼굴을 넣었는데 불과 3초 정도도 되지 않아 끅끅하는 소리가 있어 들어보니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았다는 것이고 ,양손과 발을 테이프로 감은 것은 아이를 혼자 둘 경우 자해하는 버릇이 있어 그렇게 한 것이고, 머리와 온 몸에 난 상처는 아이의 자해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변호인인 나의 생각은 이렇다.

교육적 차원에서 양손과 발을 묶고 욕조에 가둬두고 물고문한 것이 과연 정당행위로 평가될수 있을까? 물고문시 사망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있었는가? 머리등 온몸에 난 상처에 대하여 과연 객관적으로  수긍할수 있는 증거가 있는가? 이다.

 

만약 정당행위로 평가된다면 폭행죄에 해당 되지않고 사망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있었다면 과실치사죄가된다( 이경우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반대로 정당행위가 되지않는다면 폭행치사죄가 된다(이 경우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징역형). 정당행위가 되고 사망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다면 무죄가 된다.

 

 다행이 사고 수일 전에 아이의 자해행위로  머리와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 진료받은 자료가 병원에 있었다. 그러나 상식적인  선에서 과실치사나 무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집행유예라도 받기 위한 변론을 할 수 밖에 없다.

 

11시에 지정된 재판이 12시가 되어서야 우리 차례가 되었다. 판사의 인정신문이 있고 검사의 신문이 있고난 후 변호인인 내가  반대신문을 하였다. 검사의 논고가 있은후 피고인에 대하여 폭행치사죄를 적용하여 징역 6년을 구형하였다. 너무 심한 구형이다. 피고인이나 가족들이 실망하는 기분이다.

 

이어 변호인의 변론이 있다. 보통 간단하게 3-5분정도 변론하고 선처를 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도 이렇게 생각하고 변론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길어지기 시작했다. 전혀 뜻 밖이다.

오늘 한 변론을 대충 적어본다.

 

"정말 너무 안타깝습니다. 피고인과 같이 생명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들이 잘 되어 선행이 알려지고 칭찬받아야 할덴데. 생각치 못한 사고로 구금된 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을.

 

우리는 흔이 말하고 합니다. "OECD국가 중 고아수출 1위국가인 것이 창피하다고", 또 요사이 젊은이 들은 말하고 생각합니다. "아이 키우기 힘들어 자식을 아예 낳지 않거나 1명만 낳겠다고." 또 그들은 생명을 죽이는 낙태에 대하여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합니다. 나라가 어지러워 지면 많은 사람들이 조국을 버리고 미국등으로 이민가겠다고 야단입니다.

 

그러나 피고인과 그가족들은 어떠했습니까?

피고인의 남편은 미국사관학교와 죠지아대 공대를 졸업한 수재로서 미국 고급장교까지 하였음에도 조국을 위하여 미국국적을 포기하고 가족과 같이 우리나라에 와서 모범적일 삶을 살고 있습니다.

 

피고인 가족을은 사글세방에 살면서 고등학교 3학년 딸과 고2 아들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선수로 키웠습니다. 또 그들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수 년전 부터 음성 꽃동네 천사의 집에서 불쌍한 고아들을 위하여 봉사해왔습니다.

 

그들은 이것 가지고도 부족하여 작년에는 생후 9개월된 딸아이를 입양하여 그들이 낳은 친딸이라 하면서 키워왔습니다. 그리고 올 초에는 젓먹이 때부터 버려져 천사의 집에서 자라면서 여러 집에 입양되었으나 실패한 7살된 남자 아이를 다시 입양했습니다. 이들은 00이 문재아라는 것을 알면서  기꺼이 입양했고 다른 사람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하여 입양시 바로 호적에 아들로 신고까지 하였습니다. 입양시 피고인가족들은 신부님으로 부터 00의 세례명은 누가인데 누가의 직업이 의사였다는 말을 듣고 00을 의사로 훌륭이 키우겠다고 약속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00은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글자나 숫자나 색갈등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피고인은 00을 위하여 돈이 많이 든다고 친자식도 보낸 적이 없는 사설유치원에 보내고 학원까지 등록하고 밤에는 온가족이 00을 위하여 전력을 다 하였습니다. 때마침 고2 아들이 국제 빙상연맹에서 장학금 400만원을 받아 00을 위하여 아낌없이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00이 나쁜 버릇에 젖어있었고 사랑과 정성으로 대하는 피고인의 말을 듣지 않는 것 이었습니다. 이때 피고인이 따끔하게 체벌을 하자 00은 놀랄 정도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2개월 만에 글자와 숫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00의 나쁜 습성은 계속 되었습니다. 먼저 자위행위를 하였습니다 . 고추를 손으로 쥐어 뜯고 피가 날 때도 많았습니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피고인이 그랬다고 거짓말 하였습니다. 이 버릇도 가족들의 노력으로 고쳐질 무렵 또 다시 머리와 몸을 기둥이나 모서리에 들이 받아 자해행위를 하고 유치원교사나 지인들에게 피고인이 그랬다고 거짓말 하였습니다.

 

또 동리 슈퍼나 목동아이스링크장매점에가서 몰래 과자등을 훔쳐먹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남의 간식까지 먹어치우면서 이를 나무라는 교사에게 어머니가 밥을 주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밤 늦게 큰딸이 00이 어머니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피고인은 00을 바로 나무라지 않고 다음 날 낮에 차분이 나무라면서 사실대로 말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00은 엄마 지갑에서 푸른 돈 10장을 가져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그 돈을 어디게 두었는지 물어보자 슈퍼나 매점에가서 과자 사먹었다고 하여 그곳에 가서 확인해 보니 훔쳐먹은 적은 있으나 돈을 내고 사 먹은 적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믈어보자 돈을 둔 장소를 말하였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피고인 가족들은 대부분 저녁 때면 목동아이스링크장에 갑니다. 이날도 두 딸과 00을 데리고 목동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00이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바로 잡아보고자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양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고 욕조에 혼자 두었습니다. 물론 00을 묶은 것은 혼자 있을 경우 자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서 입니다.

 

피고인가족들이 밤 11시경 00이 좋아하는 피자를 사가지고 돌아와 00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피자 먹자고 타일렀으나 계속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00은 평소 물을 두려워 하였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은 겁주기 위하여 욕조에 물을 반쯤 채어 바른 말을 하게 하려고 한 번 머리을 눌린 것이 뜻하지 않게 사망으로 이어졌습니다.

 

본 변호인은 변론 준비과정에서 사단법인 수양자홍보협회장이 보내 준 탄원서와 첨부된 논문을 보았습니다. 그 논문은 외국 전문가가 쓴 것으로 연장아(나이가 4세이상의 고아)를 입양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거론하였는데 피고인이 겪은 것을 그대로 설명한 것 같아 놀랐습니다.

 

00을 입양하면서 피고인이 이같은 논문을 접하였다면 , 적어도 전문기관으로 부터 교육을 받았더라면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지도 않고 00을 더 체계적으로 교육시킬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입양만 원했지 입양아나 양부모를 위한  교육준비가 되어있지 못합니다.

 

또 본 변호인은  피고인을 만날 때 마다 많이 나무랐습니다. 고3 딸과 고2 아들이 있는데 왜 입양을 했는냐고. 입양하려면 딸 1명으로 족한데 왜 문제아인 줄 알면서 00을 입양했느냐고. 주공아파트 사글세방에 살면서 천사의 집에 가서 봉사나 하지 왜 힘든 입양을 자초했느냐고.

 

또 00을 입양한 적이 있는 다른 가정처럼 입양 후 문제가 있으면 돌려주지 왜 입양 하자마자 아들로 호적에 신고했느냐고. 또 건강등을 이유로 낙태를 했으면 법도 용서해 주는데 왜 어리석게 하느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죄의식을 가지고 이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입양했느냐고.

 

본변호인은 피고인을 나무라고 돌아오면서 자신이 초라해 지는 것을 느끼고 내가 무슨 자격으로 피고인을 나무랄수 있는가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 사회지도층임네 하면서 봉사단체에 가입하여 성금이나 내고 1년에 몇 차례 어려운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 봉사랍시고 잠시 함께 있어준 것 밖에 없는 주제에 말입니다.

 

진정 사랑을 실천할 용기도 없이 뒤에 물러 있으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잘합네 못합네 하면서 지껄인 내가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습니다. 그것은 가슴을 찟는 단말마적 고통이라해도 부족한 표현입니다. 피고인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이 피고인에게 준 시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지인들, 교우들, 성직자들이 피고인을 찾아 와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습니다. 피고인을 이해하지 못하던 가족들도 피고인의 뜻을 이해하고 함께하겠다고 합니다. 피고인은 이 시련을 극복하고 더 많은 봉사와 희생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때묻지 않은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 입니다. 아직 2살이 되지 않은 딸아이가 밤늦게 일어나 가끔 엄마를 찾으며 운다고 할 때 마음이 찢어지는 듯 고통스럽다 합니다. 또 고3 딸아이가 있으나 도움을 주지 못하는 어머니로서 죄스럽다고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에 대하여 결과만 중시하는 법의 잣대로만 평가하지 마시고 몸소 사랑을 실천하고 아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다 발생한 사고로 생각하시고 피고인을 사랑의 이름으로 나무라 주시기 바랍니다."

 

변론이 끝났다. 목이 메인다. 피고인은 계속 울고 있다 . 보통사람 처럼 살았으면 이런 고통도 없었을 것인데.....      재판부와 검사도 숙연하다.

 

법정 밖에서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 재판장이 이를 알아차리고 은빈이도 왔느냐고 물어 본다. 남편이 일어나 법정밖에 있다고 하자 재판장은 은빈이를 보고싶다며 데리고 들어오라고 한다. 겨우 걸음마 정도 하는 은빈이 들어와 엄마. 엄마를 외친다.

 

감사합니다. 너무 장문이라서. 변호인으로서 선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글을 씀니다.

 

3. 사람의 이름으로(그 이후)

오늘 선고 날이다. 선고 결과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 특히 친구들의 격려도 큰 도움이 되었다.

 

원래 11월 26일이 선고날 이었다. 선고 날 며칠 전에 용기를 내어 판사실로 찾아갔다. 본래 판사실로 가서 변론하는 것은 금지한다. 할 말이 있으면 법정에서 하거나 서면으로 쓰내도록 되어있다.

 

재판장이 고충을 털어 놓는다. 아동학대 방지센터에서 선처하지 말도록 계속 진정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또 폭행치사죄의 경우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법원실무라고 한다.

 

내 변론에 감동했다며 공치사도 한다. 그러나 주심판사와 아무리 선처할수 잇는 방법을 찾아보아도 결론이 나지 않는 다고 한다. 이 말은 선처하기 곤란하다는  의미다.

 

나는 "너무 선한 사람들이다 . 이런 사람들이 구제 되어야 한다"고 하고 판사실을 나와서 서울 구치소로 접견을 갔다. 당사자는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보따리가 없다. 만나서 열심히 기도하라고 했다.

 

우후 6시가 다 되어 사무실에 도착하니 판시실에서 전화가 왔다는데 오는 대로 주심판사에게 전화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전화하니 주심판사는 재판장과 다시 합의를 했으나 지금으로서는 좋은방법이 없다고 한다.

 

나는 좋은 방법이 무었인지 알려 달라고 했다. 결국 변론재개신청을 하고 재판부를 설득하기로 했다. 증인재판등을 거쳐 오늘 선고날이 지정되었다. 12월 24일 다시 서울구치소로 접견을 갔다.

 

나는 교회에 나기지 않지만 의뢰인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나는 의뢰인에게 구치소에서 맞는 마지막 성탄절이 되도록 기도하라고 햇다.

 

재판때 마다 아동학대방지 센타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법정에 나타나 계속 재판진행을 감시하고 있다. 대화를 하려고 시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모두 피한다. 판사는 선고시 입양아인 지훈이를 친아들과 차별하니 적이 없고 학대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피고인은 억울함을 벗었다.

 

이건으로 의뢰인은 많은 것을 느꼈지만 또 잃은 것도 있었다.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 1인자인 고2아들이 방황하게 되고 학교을 나가지 않는 바람에 학교을 자퇴하였고 몇주 전 부터 어머니가 출소할 때 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다면 집을 나가 소식이 없다고 햇다..

 

오늘 저녁 때쯤 어머니가 출소를 하니 동훈이도 집으로 돌아 올 것이고 온 가족이 하나가 되어 다시 웃음을 찾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 본다.

 

오늘 오후 문화일보 석간에 이건 판결에 대하여 자상한 기사가 실려있다. 마누라도 궁금했든지 이 기사를 보고 나를 칭찬해 준다.

 

4. 사람으 이름으로(인연)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출소후 수일 뒤에 입양한 은빈이를 포함한 5명의 가족이 우리 사무실에  와서 같이 점심을 했다.

 

겨우 걸음마 정도하면서 흰 털옷은 입은 은빈에 대한 그들의 사랑을 보면서 왜 저런 선량한 가족에게 엄청난 시련이 왔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더 큰 사랑을 위하여 하느님이 내린 잠시동안의 시련일련지 모르고  또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검사가 1심판결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 고등법원재판중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건과 같은 죄는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등법원 판사는 재판 내내 왜 1심에서 선처가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쨋든 고등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되어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후 1여년이 지나 위 사건도 잊혀질 무렵이다. 나는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복잡한 민사소송(동업관계)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1년을 훨씬 넘겼지만 해결기미가 없다. 기록만 자꾸 두꺼워 지고, 판사들도 판결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며차례 조정을 시도하였지만 쌍방 입장차가 너무 크서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재판정에 가니 종전 부장판사가 바뀌고 전에 본원에서 내형사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고 있엇다. 형사사건에서 그렇게 관대한 처분을 해 주었음에도 내가 인사조차 못해 심히 부끄러웠다.

 

그러나 내 사건이 진행되자 담당 부장이 나를 알아보고 전에 한 형사사건에 대하여 이야기도 하고 가족들이나 입양아 은빈이도 잘 있는지 물어본다. 나는 은빈이 이름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담당 부장은 이를 기억하고 있다. 한편으로 놀랍기도 하고 또 많은 고심 끝에 판결이 내려진다는 것을 알만도 했다.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다보니 상대방 변호사가 재판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언짢아 하는 것 같았다.

 

판사가 이 사건을 맡게된 이유를 이야기 한다. 본원에 있다가 서부지방법원에 오니 법원장이 나보고 골치 아픈 사건을 맡으라 하여 이사건을 맡게 되었다면서 다행이 이변호사가 선임되어 있어 안심했다고 한다.

 

전에 내가 이변호사님에게 큰 선심을 썼으니 이번에는 이변호사님이 나를 도와 주어야 되겠다고 하면서 화해조정을 시도한다.

조정시 이미 대부분 자료가 기록에 나타나기 때문에 판사는 대충 화해선을 잡고 있다. 또 당사자본인이나 변호사를 설득도 하고 겁도 주기도 한다.

이같은 방법으로 쌍방을 설득하다보니 갭이 1000만원 정도로 좁혀졌다.

 

그러면 누구에게 약간의 양보를 더 받아 내느냐가 문제인데 판사는 우리 당사자에게 양보를 받아 냈다. 그 방법도 절묘하다. 하다 하다 안되니 판사가 우리 당사자에게 내가 술한잔 사달라고 하면 사주겠느냐고 물어본다. 본인이 그럴 수 있다고 하니 그러면 나한테 술한잔 사준 셈치고  양보해라. 그러면 내가 다음에 만날때 술한잔 사주겠다. 내가 보건데 당신이 양보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양보하는 것이 앞으로 몆배의 덕으로 다가 올 것 같아 이렇게 권한다고 한다.

퇴근 시간이 훤씬 지난 뒤에야 화해가 되었지만 우리 당사자도 기분좋아하고 판사도 기분좋아 하고 상대방 본인이나 변호사도 싫지가 않은 표정이다.

 

5. 신문기사

 입양아 숨지게 한 죄 크지만...”

법원,도벽고치려 가혹행위 부모에 집유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 | 게재 일자 : 2004-12-29 12:25 요즘 vspace페이스북 vspace구글 vspace트위터 vspace미투데이 vspace
세차례에 걸쳐 입양됐으나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복지기관 등을 전전하던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 입양했지만 잘못된 교육 방법으로 인해 아이를 결국 질식시켜 숨지게 한 어머니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해 선처했다. 이번 판결은 비록 실형이 선고된 것은 아니지만 입양이 단지 아이를 데려오는 것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입양 이후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며, 가정에서 아이를 어떤 방법으로 교육할 것인지 등에 대해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6살난 B군을 보고 유난히 애착을 보였던 A(여)씨는 지난 3월 B군을 입양하기에 이르렀다. B군은 몇차례 입양됐던 다른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A씨의 집에서도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 자해나 거짓말, 도벽 등의 부적응 증상이 나타났다. A씨는 B군의 이같은 증상을 고치기 위해 평소에도 B군을 압박용 붕대로 양손과 발을 묶어 놓는 등 스파르타식의 엄한 교육을 시켰다.

그러던 중 사건은 지난 10월초에 벌어졌다. 부모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고도 훔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B군을 A씨는 다시 의료용 압박 붕대로 양손과 발을 묶은 후 화장실 욕조에 홀로 둔 채 외출했다
저녁 늦게 돌아왔으나 B군은 귀가한 A씨에게 여전히 거짓말을 했고 이에 화가 난 A씨는 B군의 머리를 잡아 욕조 물속에 넣었고 B군은 결국 자정이 넘어 질식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이현승 부장판사)는 29일 이같은 혐의(폭행치사)로 구속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피해자의 잘못된 버릇을 빠른 시일내에 고치려는 다급한 마음에서 가시적인 효과가 큰 체벌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훈육하려다가 이같은 불행한 결과에 이르게 됐고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학대하거나 친자식과 차별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현미기자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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