損之又損(손지우손)하여
栽花種竹(재화종죽)하니
儘交還烏有先生(진교환오유선생)이요,
忘無可忘(망무가망)하고
焚香煮茗(분향자명)하니
總不問白衣童子(총불문백의동자)니라.
욕심을 들고 들어 꽃 가꾸고 대나무 심으니 이 몸 이대로가 오유선생(무위로 돌아 간다) 이요,
시비를 잊고 잊어 향 사르고 차를 다리니 다 백의동자라(무아의 경지로다).
○ 損之又損(손지우손) : 덜어내고 덜어낸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48장에 “학문을 하면 날로 지식이 나날이 늘어나고 도를 행하면 날마다 지식이 줄어든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나니, 무위하게 되면 하지 못하는 것이 없게 된다.(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라고 하였다.
○ 烏有先生(오유선생) : 한(漢) 나라의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허부(子虛賦)에 나오는 우화적인 인물로 무(無)를 말한다. 사마상여는 ‘빈말’이라는 뜻의 ‘자허(子虛)’라는 가공인물을 만들어 초(楚)나라의 아름다움을 칭찬하고,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는가?’라는 뜻의 ‘오유선생(烏有先生)’으로써 제(齊)나라를 비난하였으며, ‘이 사람이 없다’는 뜻의 ‘무시공(無是公)’으로써 천자의 대의를 밝히려고 했다. <사마천 사기열전 57.사마상여열전>
○ 忘無可忘(망무가망) : 만사를 다 잊고서 잊는다는 생각마저 잊어버린다는 말로 무아경을 말한다.
○ 煮茗(자명) : 차를 달이다.
○ 白衣童子(백의동자) : 술을 가져다주는 동자. 도연명의 고사에서 나온 말로 도연명이 중양절(음력 9월9일)에 술이 없어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꽃를 따고 있을 때 마침 도연명과 친분 관계를 가지려던 왕홍(王弘)이 심부름하는 아이 편에 술을 보내왔는데 이때 그 아이가 흰옷을 입고 있어서 백의동자라고 하였다.
童子는 先生과 對語되는 말로 無我 無慾의 이 경지는 達人君子의 이상이다.
損之又損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도덕경의 제48장 ‘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무위이무불위(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와 같아야 한다고 했다. ‘학문을 하는 길은 날로 더해가는 것이나 도를 깨달아 가는 길은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니 무위하면 하지 못함이 없다’는 뜻이다.
“학문은 지식을 익혀 지혜를 얻는 일이기에 훌륭한 지혜는 지식의 양과 질에 비례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를 익히는 건 우주와 만물이 태어나고 소명하는 섭리를 깨닫는 것입니다. 근원에서 시작해 과거, 현재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치를 찾고 이를 미래로 연결, 꿰뚫는 것을 말하죠. 그러자면 학문이 바탕을 이뤄야 합니다. 하나의 이치를 깨달을 때마다 이를 뒷받침 하는 지식은 쓰임을 다하고 덜어낼 수 있다는 뜻이에요. 앞으로 교육의 방향은 이 구절처럼 지식을 융합할 줄 아는, 통섭 능력을 가진 인재를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참 좋은 글입니다.
여기에 좋아하는 말들이 다 들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