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뭔가 이상하여 이내 잠이 깬다.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게 잠을 설치게 하고 가슴
두근거리게 하여 잠을 깨었구나.
올겨울은 눈다운 눈이 오지 않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눈없이 가는 겨울을 아쉬어 했다.
입춘이 지나고
정월 보름이 지났는데,
첫눈이라 해야하나, 아니면 春雪이라 해야하나?
갑자기 김광균의 설야(雪夜)라는 시 (詩)가 생각난다.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로 시작되고
"먼곳의 여인의 옷벗는 소리"도 기억 난다.
핸드폰을 켜서 시를
말없이 읊조려 봤다.
또 김진섭의 산문 백설부(白雪賦)도 찾아 읽어 본다.
젊은 시절에 느꼈던 짜릿한 감흥은 아니라도 나름대토 흥이
난다.
또 서예의 대가인 왕희지의 5째 아들로서 산음땅에 사는 왕휘지가
한밤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사방에 눈이 오는 것을 보고
술상을 봐오게 하여 시흥(詩興)을 일으키려고 방안을 오가다가
갑자기 멀리 섬계땅 에 사는 친구 대규가 생각나
배를 타고 밤새 노를 저어 날이 샐 무렵에 대규집에 도착했다가
흥이 다하여 친구도 만나지 않고 돌아 온 이야기도 생각난다.
"흥이 나서 갔다가 흥이 다해서 돌아온 것
뿐인데, 대규를 하필 만날 필요가 있겠소?(吾本乘興而行 興盡而返 何必見戴)"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여 백차(白茶)를 우려 마시면서 춘설을
음미한다.
2010. 2. 17. 이선호
베란다에 에서 봄을 기다리는 화분에도 흰눈이 내렸네.
작은 장독대 위에도....
앞동산 성미산에 내린 눈, 어제 내린 눈으로 해질 무렵에 가서 눈꽃을 만끽하였다.
눈꽃 천지다. 가슴이 벅차다.
눈사람을 만드는 올 해 5살이 되는 손녀 이지안
눈사람 머리에 솔잎으로 머리칼을 심는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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