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알
오늘 거실 앞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글쎄 비둘기가 베란다 옆쪽에 집을 짓고 2개의 알을 낳고 품고 있네요.
초봄부터 2층 농장을 초토화 시켜 비둘기 잡으려고 쥐틀을 놓기도 하고, 그래도 안돼 비비총을 사서 비둘기를 잡으려고 계획해 왔는데 이게 뭡니까?
씨를 뿌리면 다 뒤져서 먹고 싹이나면 쪼아 먹고, 화분의 흙을 퍼내기도 하고....
화분이 마치 자기 집인양 자리잡고 앉아 있어요.
결국 오이 모종은 비둘기의 압박으로 시들어 죽었습니다.
내게는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는 성북동 비둘기가 아니라 원수입니다.
그런 비둘기가 거실 가장 가까운 앞베란다 옆에서 알을 품고 있으니 한숨부터 나옵니다.
집사람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자 당장 쫒자내라고 합니다.
그래도 내 집에서 집을 짓고 알까지 낳고 품고 있으니 새끼가 부화하여 날아 갈 때까지 그냥 지내자고 했습니다.
이것도 전생의 인연이 겠지요.
비둘기알의 크기는 달걀보다 적고, 꿩알보다는 약간 적고, 뜸북이알 정도 되네요.
어릴 때 시골에서 꿩알도 많이 줍고, 뜸북이알도 제법 주었네요.
달걀은 귀하여 함부로 먹을 수 없었으나, 산이나 논.밭을 돌아다니며 꿩알이나 뜸북이알을 주었지요.
꿩알은 한곳에서 보통 10개이상 주어 내가 생으로 1-2개 슬쩍 먹기도 하고,
뜸북이 알은 약이 된다고 하여 집으로 가져가 아부지에게 드렸지요.
앞 베란다에서 손으로 닿는 단풍나무에 찍바구리가 집을 지어 몇 해 동안 알을 낳고 새끼를 치다가 요사이는 다른 집을 지었는지 안보입니다.
우리 빌라 피래침에는 비둘기가 대장노릇을 하다가 지금은 찍바구리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고, 가끔 까치가 나타나 대장노릇을 합니다.
초봄에 화분을 뒤지면서 나온 굼벵이 100여마리를 죽이기 불쌍하여 한화분에 모아두고 키우는데, 까치가 이것을 알고 맛을 드려 가끔 찾아와서 이제 고무통으로 화분을 덮어 두었습니다.
그런 와 중에도 농장이 제법 구색을 갖추어 가네요.
2020. 5. 2. 앞동산 성미산에서
오늘 발견한 비둘기 알
씨를 받으려고 키우는 무꽃에 꿀벌이 날아드네요. 귀한 손님입니다.
피래침을 차지한 찍빠구리. 비둘기보다 등급이 높음
까치가 찍빠구리를 누르고 피래침을 차지함
오늘 찍은 우리 빌라의 유일한 모란. 해마다 20송이 이상 피는데 올해는 단 2송이만 망울을 맺었는데 담쪽에 있는 한송이는 누가 꺽어 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