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내가 좋아한 글(송설 37)

정검사, 똥통에 빠지다

하일도 2020. 4. 22. 22:19


정검사, 똥통에 빠지다!!

이선호 추천 0 조회 35 03.12.18 18:14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흔히 사람을 똥자루(분낭 糞囊)라 한다. 정신을 뺀 인간은 별것 아니라는 의미가 아닌

가 한다.

여기 이야기는 똥통에 빠진 북곽선생의 이야기가 아니라 검사가 똥통에 빠진 이야기로 내가 실제 경험한 것이다.

1984년 내가 김천지청에서 검사 시보로 수습할 때 있었던 이야기다. 당시 내가 근무한 사무실에 정검사가 있었는데 성질이 부드럽지 못하여 남.여직원들이 뒤에서 시벌노마(施罰勞馬)를 자주 하였다.

그런데 어느날 오전 근무중에 할머니의 변사체가 남산 낭뜨러지 밑에서 발견되었다는 제보가 들어 왔다(내가 기억하기로는 김동인 치과의원 부근임). 

남자 직원 2명과 정검사,내가 현장에 가보니  옷을 추하게 입은 할머니가 남산위에서 실족하여 낭뜨러지에 미끌어저 떨어졌는데 몸에 타박상이 있었고 이미 숨을 거둔뒤였다.

그래서 우리는 할머니가 어쩌다가 남산위에서 밑으로 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남산으로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산 입구로 접어들자, 당시 판자집등 허름한 집들이 군데 군데 있었으나 소로길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우리는 정검사를 앞세워 뒤따라 올라 갔다.

산중턱에 이르자 앞서 가던 정검사가 악!하여 보니 정검사의 한발이 땅속으로 빠지기 시작했는데 정검사가 제빨리 발을 빼낸다고 했으나 이미 한발이 허벅지 까지 빠진 뒤였고 다른 한발도 발목까지 빠지고 말았다.

알고보니 산위에 살고있는 주민들이 똥을 버릴곳이 없자 길옆에 땅을 깊이 파고 그곳에다 똥을 가득 퍼부어 놓고 위를 흙으로 살짝 덮어 두었는데 정검사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만 발고 말았던 것이다.

정검사가 빼올린 양복을 입은 양 다리는 누른 똥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우리는 그 관경을 보고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여 욱!하면서 양 어금니를 깨물고 신음소리을 하였다.

입만 벌렸다 하면 웃음으로 포복절도할 지경이었다. 평소 싫어하는 상관이라 웃음이 더 나왔다.

양복에도 구두에도 모두 누른 똥으로 범벅이 되어 었다. 냄새 또한 지독하여 머리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직원들이 가까운 민가에 가서 물을 달래어 똥이 발린 발, 양복, 구두등을 씻어 주었으나 제대로 씻길리 만무하다.

 정검사는 똥이 발린 신사 양발은 산에 버리고 똥이 다 씻기지 않은 구두를 신고 길로 내려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비로소 우리는 신나게 웃을수 있었다. 

우리 몸에도 똥냄새가 베어 있는것 같았다. 사무실로 오면서 점심때가 되어 식당에 들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갔다. 정검사는 아직 사무실에 오지 않고 여직원만 있었다. 

우리는 차마 여직원에게 정검사가 똥구덩이에 빠진 이야기를 할수 없었다. 한참 뒤에야 정검사가 나타났는데 정검사를 보자 직원들이 욱!하면서 얼굴에 인상을 쓰면서 웃음을 참느라고 꿍꿍대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사정을 모르는 여직원이 코를 컹컹거리다가 주위를 돌아보고 "누가 밖에서 똥발고 오지 않았어요? 똥냄새가 나는데요?"하면서 얼굴을 찡거린다. 

정검사 한테는 말도 못하고 계장님, 주임님 , 시보님하면서 자꾸 화장실로 가서 구두밑을 씻고 오라는 눈치을 준다. 

정검사는 사무실로 들어 올 때 머리 스타일,양복 구두등이 틀린것 봐서 제딴에는 열심히 씻는다고 씻은것 같은데 쉽게 냄새가 없어질 리 없다. 그래도 정검사는 자백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

나는 사무실에서 웃음을 참고 화장실에 가서 신나게 웃고 하다보니 퇴근시간이 되어 퇴근하였다. 

수일뒤에 주임이 여직원에게 정검사 똥통에 빠진 야기를 하여 여직원도 알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김청지청 모든 직원이 알게 되었다. 정검사가 없는곳이면 혼자 웃기도 하고 같이 키득거리면서 웃기도 하였다.

수년뒤 정검사가 서울 서부 지청특수부 부장검사로 왔다. 나는 과거 기억을 되살리면서 한번 찾아 보았다. 정검사를 보고 있자니 또웃음이 나오는데 참느라 꿍꿍그렸다. 

그런데 정검사는 내가왜 꿍꿍거리는지는 눈치를 첸것 같은데 좀체로 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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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첫댓글 03.12.18 18:28

    우습긴 한데 웃을 수도 없고 그런 상황 알만하네! 근데 그런 상황에서 우습다고 웃음을 못참으면 괘씸죄 해당하는 것 아냐?

    답글
  • 03.12.18 18:30

    검사도 똥을 밟는구만.. 얼만전까지 유행하던 검새스럽다는 말과는 거리가 먼 아주 인간적인 야기야. 그리고, 선호님 이야기 자루 푸는 솜씨가 대단해여.

    답글
  • 03.12.18 18:56

    지금도 나는 웃고있다.옆에서 실성했나~~그런 눈초리로 쳐다본다. 계속 눈물까지 난다. 그것이 바로 호박구듸 라는 것이야...호박꾸디 똥통에 빠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여~~그 냄새는 정말로 대단하다. 내동네살던 우리 동기중에도 있다~~ㅎㅎ히ㅣㅣ 다음에 소개할께```ㅎㅎㅎㅎ히ㅣ

    답글
  • 03.12.19 12:15

    어메~ 이것도 저녁에 읽는글이잖아!!!!! 그검 똥맛 제대로 봤구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디,선호님 변호사 오래되어그런지 친구들이 바로 변호사 했는줄알고 있는 사람많거든, 이참에 개인 소개방 함해보시게나!!!!!!!

    답글
  • 03.12.19 13:19

    그래 맞아! 선호님 본인 소개 한 번 해보시게나!!!!

    답글
  • 12.11.02 18:06

    2012년 11월 2 일에 읽어 봅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곤란한 지경을 당하면 다들 웃고 있으니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아야 하나 봅니다.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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