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의 전설

하일도 2023. 2. 16. 15:01
가을의 전설
동검도 해변에서 서풍에 흐느끼는 갈대의 울음 소리를 듣고,
흑백 영화 펄벅의 대지를 보고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사라져 가는 가을의 아쉬움에 전등사 초입에서 강화 인삼 막거리를 마시며 추적거리며 내리는 가을비 소리를 듣는다.
그사이 깜깜한 밤이 오고 여전히 비는 내린다.
전등사에서 저녁 종소리가 들린다.
가자!
그곳에는 분명히 해탈이 있고,
가을의 전설이 있을 것이다.
부나비가 불구덩이에 뛰어들 듯이 뭔가 거대한 환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핸드폰 전등에 의지하여 바람과 비로 낙엽 쌓인 길을 오른다.
전등사에 접어드니 천상의 빛과 춤, 교향악이 우리를 맞는다.
거센 바람에 온갖 나무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솔갈비와 나무잎이 곡예하듯 우수수 떨어진다.
가을 비는 여전히 이들의 갈증을 씻어 준다.
한갓 미물에 불과한 우리도 거대한 자연의 놀이에 합류하여 하나가 된다.
그기에는 부처도 없고 예수도 없고, 공자도 없고 도척도 없고, 너도 없고 나도 없고, 삶도 없고 죽음도 없고, 천당도 없고 지옥도 없고, 천사도 없고 악마도 없다.
그곳에서 부른 노래와 춤, 그리고 자유는 다시는 찾을 수 없다.
이로서 가을의 잔치는 끝난다.
하지만 應無所住而生其心(응무소주이생기심)이라는
부처님의 경귀가 여전히 내 마음속을 헤맨다.
2022. 11.12.
순간을 담아 동영상을 만들어 올린 안젤라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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