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주까리등불

하일도 2023. 2. 16. 15:02

아주까리 등불

 

오늘이 절기상 첫눈이 온다는 소설인데도 날씨가 따듯해서 그런지 테라스에 심은

아주까리 나무에서 지금도 꽃이 핀다.

아주까리는 봄에 씨를 심고 가꾸면 무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잘 자란다.

내가 오래전부터 아주까리를 가꾸는 것은 꽃을 보고 잎을 채취하여

나물로 먹기 위함만이 아니고,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까리는 서민과 함께하는 우리 어머님 같은 식물이다.

어릴 때 아주까리 잎을 채취하여 말려두었다가 보름날 이를 삶아 참기름 넣고

나물로 먹어왔다.

또 석유 기름이 없을 때는 아주까리 기름으로 등잔불을 밝혔고 머릿기름으로

여자들의 머리칼을 윤나게 했다.

또 아주까리 기름을 넣고 끓인 국은 유달리 구수했다.

 

21년전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혼자 승용차를 몰면서 최병호가 부른

아주까리 등불이라는 가요를 들었다.

이 노래의 가사에서 우리 어머님 모습이 보여 눈물과 콧물이 흘러 나와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어 차를 옆에 세워두고 한동안 운 적도 있다.

이 노래는 해방 전인 1941년 발표된 것으로서 우리 부모님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노래의 가사가 너무 좋아 혼자 있을 때면 이 노래를 잘 부른다.

 

1. 피리를 불어주마 울지마라 아가야

산 너머 아주까리 등불을 따라

저멀리 떠나가신 어머님이 그리워

너 울면 저녁별이 숨어버린다

 

2. 자장가 불러주마 울지마라 아가야

울다가 잠이들면 엄마를 본다

물방아 빙글빙글 돌아가는 석양길

날리는 갈대꽃이 너를 찾는다

 

올해도 아주까리 잎을 한포대 채취하여 말려두었다.

너무 많기 때문에 집사람이 아는 분이나 같은 빌라에 사는 분에게 가끔 나눠 주기도 한다.

아주까리의 넓은 입은 사마귀의 우산이 되고 보금자리가 된다.

올해도 사마귀 새끼들이 아주까리 잎 아래 붙어 곤충을 잡아먹으면서 잘 크다가

연가시가 들어 배가 부를 때가 되자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참새가 유난히 많이 날아오더니 참새의 밥이 되었나?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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