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盈(월영)
어제는 동짓달 보름 전날인 열나흘 날이라 밤이 되자 달빛이 유난히 밝았어요.
자다가 다시 일어나 중천에 떤 달을 보니 한기(寒氣)가 느껴질 정도로 너무 깨끗하여 휘영청이라는 표현을 이때 쓰는구나 생각도 했지요.
이맘때가 되면
14년 전에 가신 당신이 늘 그립습니다.
이름처럼 달이 가득할 때 돌아 가셨지요.
당신께서는 왜 이름을 돌림자가 아닌 月(월)자 盈(영)자로 지었는지요.
살아 생전에 물어보지 못한 것이 늘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태어나면서 자신의 이름을 지을 수도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누가 어떤 의미으로 당신의 이름을 월자 영자, 즉 달이 가득 차다고 지었는가요?
차라리 日(일)자 盈(영)자로 지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봤지만,
때로는 해보다 달이 더 멋져 보일 때도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낭만적인 이름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유행가 가사 중에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도 있는데, 過猶不及(과유불급)이라 하여 좀 부족한 것이 넘치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살아 생전에 당신께서는 한글조차도 읽거나 깨치지 못하셨고, 글자를 쓴 적이 없으시니
이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나 있었겠어요.
그래도 벼농사나 보리농사 지어 공판대어 몫돈을 찾아 오시거나, 소팔고 누에고치 판 몫돈을 가져오시면
혼자 성냥개비 놓고 셈을 해보시고
저보고 다시 세어 보라고 하여 확인을 하십니다.
당신 앞에서 제가 돈을 세는 것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당신 앞에서 편지나 각종 문서를 읽어드리는 것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달을 보니 그리움이 사무쳐 옵니다.
2022.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