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닷새도 넘는다.
폭우까지 쏟아져 전국이 물난리다.
사람이 죽고 이재민이 생기고 산은 무너지고 농지는 유실되고 있다.
왜 김소월은 왕십리에서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라고 했을까?
시인은 얼마나 비를 갈구(渴求)했으면
첫 귀절에 감탄사같이 "비가 온다.
오누나"로 표현했을까?
또, 비가 빨리 그칠세라 닷새정도는 와 달라는 염원일까?
아니면 닷새 넘어 오는 것은 원치 않으니 닷새만 오고 그쳐달라는 표현일까?
장마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라면 후자를 말했어리라.
옛말에 장마에 견더나는 농작물이 없다는 말이 있다.
가뭄에는 농작물이 잘 영글고 맛이 있고 허실이 적다.
지금은 문명의 혜택으로 관개시설이 잘 되어있다.
장마가 지속되니 테라스 화분에 심은 식물들이 걱정이다.
물을 주는 수고로움은 들었지만 주렁주렁 달린 고추도 탄저병이 들고,
도마토도 갈라져 문더러진다. 오래동안 햇볕을 못 본 식물들도 신음한다.
런던의 흐린 하늘을 보고 자란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 월리엄 터너가 죽을 때까지
가슴에 강렬한 태양을 꿈꾸었다는 것이 이해된다.
2023.7.16.
이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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