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 통과
오늘은 매화회(每火會)라고 매주 화요일 만나는 대학동기 모임날이다.
여름 장마라 비는 추적 추적 내린다. 오늘이 초복이다.
이런 때 친구들끼라 모여 막걸리 한잔하면서 학창 시절이나 직장 시절의 무용담을 듣는 것도 재밋다.
술이 들어가니 기분이 좋다.
점심을 끝내고 맞은 편에 있는 대법원에 국선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려고 들어갔다.
항상 대법원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되고 나서 대법원 출입이 까다롭다.
이것은 다른 법원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오늘도 검색대를 통과할 때 휴대하고 있는 모든 물건을 내놓으라고 한다.
변호사라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바구니에 하나하나 꺼낸다. 지갑, 열쇠, 도장, 볼펜, 마스크, 동전 등.
검색대를 통과하니 다시 몸을 검사한다.
오른쪽 아래 호주머니에 있는 것 꺼내라고 한다.
휴지는 괜찮은 것 아닌가 해도 꺼내라고 한다.
화가 났다. 대법원에 ‘간첩이 침입했나 왜 다른 법원과 달리 까다롭게 구냐’고 하면서
‘김명수가 들어올 때도 이런 식으로 검사를 하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이 올라가는 계단은 비가 오면 물이 빠지지 않고 돌계단도 깨지고 금이 갔다.
물이 고인 계단석은 색깔이 바래서 보기도 싫다.
대법원 건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김명수는 대법원장 발령을 받고 춘천법원에서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대법원에 왔다고 한다.
그러나 김명수를 비롯한 대법원 판사들은 운전사 딸린 관용차량으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계단의 상태나 통과 시에 겪는 고충에 관심이 없다.
김명수는 대법원장 관사 리모델링에 16억 7천만원과 손자들을 위한 그네, 모래밭, 미니 축구 골대 설치를 위하여 110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표리(表裏)가 부동(不同)하다.
이런 자들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설치고 있으니 무지렁이인 나도 한마디 한다.
지금도 사무실 차창 밖에는 비가 요란하게 내린다.
2023. 7. 11.
이선호
올돌목 식당에 걸려 있는 이순순 장군의 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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