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오는 날에

하일도 2023. 12. 26. 16:21

차를 마시며

 

오산에서 모임이 있다.

1차 모임 시간이 오산에 있는 라울베이커리에서 오전 10시에 있어 전철타고 수원역을

지나 세마역에서 내려 마을버스 타고 갈 요량으로 2시간 30분 전에 출발했다.

차창밖에는 눈발이 분분히 날린다.

통탄으로 가는 전철이라 세류역에서 신창쪽으로 가는 전철로 바꿔타면서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 눈을 맞으면서 눈길을 걷기도 하며 제법 설레는 마음을

한껏 발산해 보기도 한다.

제시간에 세마역에 도착해서 카페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니 1대는 차고지에서

출발을 하지 않고 다른 버스는 20분 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모자가 날라갈 정도로 바람이 불고 눈이 뿌려 몹시 춥다.

9번 마을버스를 타고 드뎌 독산성앞에 내려 눈을 맞으며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이미 도착한 동료들이 눈쌓인 모자와 옷을 보고 박수를 친다.

커피와 다과를 마시면서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한 분씩 이야기한다.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 민어구이정식으로 예약한 느림 식당으로 이동했다.

양갈비 구이도 나오고 민어구이도 나오는데 반찬이 정갈하고 맛이 최상이다.

1인분에 3만원으로 비교적 싼편에 속하지만 예약을 해야고 한다.

밖에는 흰눈이 내리고 동료들과 반주까지 곁들이면서 맛있는 식사를 하니 흥이 절로 난다.

식당 2층에는 화양당 인경 문경호 선생의 서예실이 있다.

그곳으로 이동하여 인경 선생의 살아온 길과 그의 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손수 고급 보이차와 녹차를 끓이고 다과를 곁들어 우리를 대접한다.

사모임께서 말차(抹茶)를 만들어 주신다.

말차는 일본인들이 즐겨 애용하는 차로 차잎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마시는 차다.

같이 간 한 동료는 눈 내리는 차장 밖을 보면서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을 멋들어지게 읇조린다.

다시 옆방에 들려 인경 선생이 쓴 각종 서예작품을 감상한다.

인경 선생을 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이나서 그 많은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신다.   

중국과 한국의 각종 서예체를 연구하고 쓴 글을 책으로 만들어 곧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가 저물 무렵에야 서실을 나오게 되었는데 그 추운 날씨에도 우리가 차를 타고 갈 때
까지 마당에서 기다리신다.

하루종일 흥분되고 행복한 날이다.

202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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