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몰려온다.
제법 초여름다운 날씨다.
베란다 화분에는 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잘 자란다.
여기에 올들어 처음 보는 얼굴들이 자꾸 나타난다.
고추 등에 진디물이 있으니 무당벌레가 보인다.
아주까리잎이 커가니 가끔 사마귀 새끼가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곤충을 잡아먹고 연가시 가득한 어미 사마귀로 자랄 것이다.
채소 벌레도 보인다. 밤에 나방이 와서 알을 낳고 가나 보다.
반갑지 않은 노린재도 보인다. 식물에 해로운 곤충이라 보이는 대로 잡는다.
만지면 역겨운 냄새를 풍긴다.
사랑놀음하는 각다귀도 보인다.
가위로 잘라버린다.
참새와 비둘기, 찍바구리도 보인다.
어제는 새끼 찍바구리가 날아와 손으로 만지려고 하니 노란 부리를 벌린다.
그러자 어미 찍바구리가 새끼를 해치는 줄 알고 소리를 치며 난리를 부린다.
어미가 새끼에게 나는 연습을 시킨다.
어미의 격려로 제법 난다.
찍바구리는 우리 농장에서 비둘기보다 한 수 위다.
까치가 나타나기 전에는 우리 빌라 피뢰침을 독차지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자주 가까이 접하는 것은 파리다(蠅).
손수 만든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다 보니 화분에서 냄새가 난다.
더구나 쌀뜨물, 막걸리, 깨묵, 커피 찌꺼기를 발효시켜 물에 타서 준다.
이 냄새 맡고 부근에 있는 파리들이 다 모인다.
파리는 병균을 옮기는 아주 나쁜 곤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의식에서 자유롭다.
사실 어릴 때부터 파리와 함께 자랐으니 이들이 나에게 무슨 해로움을 줄 수 있겠나?
파리는 아무리 잡아도 또 날아온다.
주로 농장을 방문하는 파리들은 똥파리, 쇠파리, 금파리들이다.
죽은 파리를 그대로 두면 파리들과 개미들이 모여든다.
그래서 하나하나 수거하여 화분에 넣어 거름으로 한다.
파리채로 아침, 저녁 100여 마리씩 이상 잡는다.
이러다 보니 파리와는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다.
파리에 관한 이런 일화도 있네요.
조선 초 공주 목사로 양 아무개라는 무관이 부임했는데,
그는 여름날 파리가 하도 극성을 떨어서 하루는 관아의 아전, 관기, 관노, 이방, 기생 등 모두를 집합시킨 뒤 매일 아침 파리를 한 되씩 잡아 바치게 했다. 그날 이후 관속들은 파리사냥에 눈코뜰 새 없었고, 이러니 나중엔 파리를 돈주고 사들여 바치게 되었고, 심지어 파리 장사꾼이나 구더기를 기르는 사람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또,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초 일제는 파리 박멸을 위해 매월 1일과 15일을 '파리 잡는 날'로 정하고 일제 포획 작전을 벌였고, 1921년 경성부(現 서울시)에서는 '파리 수매제'를 도입, 파리를 10마리 이상 잡아오면 마리당 3리(약 60원 상당)를 받고 죽은 파리를 사들였다. 하지만 총독부의 예상보다 파리 구입 비용 지출이 너무 많았던데다, 돈에 눈이 먼 일부 사람들이 경성뿐만이 아니라 경기도 파리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다 파는 일까지 생기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결국 1924년부터 파리 수매는 완전히 중단되었다고 하며, 당시 조선일보가 파리 수매 중단을 보도하면서 기사에 제목을 붙이기를, "파리 장사도 다 해먹었다"로 했다고 한다.
2023.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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