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의 꿈(황촉규 6)
백척간두 꼭대기에 꺼꾸로 메달려 기도하는 이여,
그대 이름은 螳螂(당랑)이 아니든가?
엊그제 꽃 피자 그 향내 맡고 몰려온 산해진미 드시드니,
꽃 지고 비바람 부는 이른 아침에
어찌 하여 그네 타며 두손 모아 기도하는가?
너의 요람, 비바람 막아 준 아주까리 잎은
비워두고
연가시에 홀려 시방세계(十方世界) 꿈꾸는가?
대못 밖힌 우리 인생 괴로워 하지만
가끔은 한 잔 술에 취해 초월을 꿈꾼다네.
2023. 9.20. 밤
오래전부터 테라스 화분에 아주까리를 심어놓자 어디선가
사마귀 새끼가 나타나 친구가 되었다.
작은 사마귀는 아주까리 잎에 메달려 온갖 곤충을 드시며 자라
허물을 벗으며 마침내 배가 부른 어미 사마귀로 자란다.
어떤 날은 못 볼 때도 있지만 가끔은 나타나 인사한다
통상 아주까리 잎 아래 숨어있지만 어쩌다 몸을 내밀때
참새의 먹이가 된다.
엊그제 황촉규 꽃이 피자 꽃향내 맡고 온 곤충들을 먹었는데
오늘 아침 꽃은 지고 없는데, 비바람 맞으며 기도하고 있다.
이 밤에도 그 자리 지키는가 궁금하여 나가보니
아직도 그대로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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