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리집 봉선화(鳳仙花)

하일도 2024. 6. 19. 11:50

우리 집 봉선화(鳳仙花)

 

화분에서 키우는 식물 중 먹지 않는 것이 봉선화와 황촉규다,

먹지도 못하는 식물을 키우는 것은 사치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굳은 사고방식이다.

밖에 나가면 꽃들이 지천으로 늘려 있는데 손수 이를 가꾸는 것은 노력을 낭비하는

것으로 하늘에 죄를 짓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13년 전부터 지인으로부터 봉선화를 분양받아 키운다

(2년전 페이스북에 봉선화를 키우는 사연이라는 글을 올렸음).

올해는 4 나무만 키운다.

식물 씨앗들과 섞어서 화분에 심었기 때문에 수십여 개 싹이 올라온다.

그러나 채소 등 다른 식물을 위하여 나머지는 모두 제거한다.

지금은 적색 봉선화 3 나무와 연분홍색 1 나무만 키운다.

보름 전부터 첨으로 봉우리를 내밀던 봉선화꽃이 계속 피고 지고

지금이 절정이다.

우려했던 벌들도 날아오고 꿀벌에 이어 호박벌도 날아든다.

이맘때쯤 나타나는 사랑 벌레들이 꽃 속에 찾아든다.

암수 붙어 영양 보충을 위하여 꿀을 먹으려는 심사인가 보다.

봉선화는 이름 그대로 슬픈 꽃이 아니다. 봉황과 선녀를 닮은 꽃이다.

아름답고 제법 왕비다운 풍모가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어릴 때 일제로부터 나라 잃은 슬픔을 봉선화에 비유하여

노래 불렀기 때문에 봉선화만 보면 우리 민족의 애잔한 마음이 몰려온다.

손녀가 어릴 때부터 집에 오면 봉선화꽃과 잎으로 손가락이나 손톱에

물을 들여 주었다.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니 이것도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

이제 막 걸어 다니는 손자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손자는 집에 오면 테라스에 나가서 조루를 들고 화분에 물을 준다.

대추 토마토가 한 나무에서는 붉게, 다른 한 나무에서는 노랗게 익어가니

이번 토요일 오면 토마토를 진상할 요량이다.

호박은 따서 반찬을 해 먹는 데 시장에서 산 것보다 맛이 좋다.

2일 간격으로 들깻잎을 수확하는데 오늘도 300여장 따서 깨끗이 씻어

아내에게 줬다.

아내는 이를 담궈서 1년 내내 먹을 밑반찬으로 만들고 일부는

지인들에게 주기도 한다.

온 식물에 벌레투성이다.

가끔은 벌레 없는 세상에 살면 사람이나 채소나 과일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충실하고 윤기가 날까 생각도 해본다.

우리 집 식물들은 벌레가 반쯤 먹고 내가 반쯤 수확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고수 나물에 유독 진디물이 많다.

고수 나물 진액을 빤 진디물을 손가락으로 짓이겨 터져 죽이면 손가락이 노랗게 물든다.

씨를 받기 위하여 5-6나무 키우는데 아침마다 진디물 수 백마리를 잡는다.

유튜브를 보니 진디물을 방제하는 방법으로 농약 외에도 막걸리, 소주, 식초,

과산화수소 등을 소개하나 내가 사용해 보니 별로다.

불가에서는 살생은 죄가 된다는데 이러다 지옥에 굴러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202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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