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개꺽인 닥풀꽃

하일도 2024. 7. 29. 13:45

고개 꺾인 닥풀꽃

지루할 정도로 장마가 지속되니 테라스에 있는 화분 관리도 엉망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화분 사이를 걸으려니 식물들이 비의 무게로 쳐져

길(통로)을 막고 있어 손으로 바로 세워가며 길을 냅니다.

그래도 아래 바지와 신발은 젖을 수밖에 없습니다.

쌀뜨물, 커피 찌꺼기, 깻묵 등으로 식물에게 줄 액비를 만들어 놨으나

빗물이 넘쳐 줄 수가 없습니다.

가뭄 속에서 자라는 식물은 영양분의 허실이 없어

튼튼하고 씨앗 또한 튼실합니다.

그러나 장마속에서 자라는 식물은 웃자라

열매가 튼실하지 못하고 맛도 없습니다.

대추 토마토가 갈라지고 주렁주렁 달린 고추 역시 갈라지고

심지어 탄저병이 걸린 것을 봅니다.

긴 장마에는 살아남는 식물은 없습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테라스 문을 여니 식물들이

비의 무게로 처져 있습니다.

그래도 닥풀꽃은 장마에도 불구하고 14 나무에서

하루 2송이 이상 꽃을 피웁니다.

길(통로)을 내다가 본의 아니게 길옆에 있는 닥풀꽃 1송이가 고개가 꺾여

땅에 떨어져 안타까운 마음에 꽃을 주어 고추나무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날개를 펴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봉선화는 꽃이 지고 열매를 맺으면서 다시 꽃이 핍니다.

키가 너무 커서 다른 작물에 피해가 있어 3 나무는 제거하고

1 나무 일부만 키우고 있습니다.

이미 내년에 사용할 씨앗은 다 받아 두었습니다.

씨앗을 받으면서 가수 현철이 노래한 봉선화 연정을 생각했는데

현철 가수가 타계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상치도 민들레처럼 꽃이 피고 져서 다시 홀씨가 되어 입을 벌릴 때

씨앗을 수확합니다.

무씨앗도 수확하여 시간 날 때 꼬투리에 있는 씨앗을 꺼냅니다.

씨앗을 남기고 사라진 식물도 제법 많습니다.

배추, 무, 고수, 민들레, 쑥갓, 시금치 등...

모종으로 산 청양고추 1 나무가 병에 걸렸는지 많은 고추를 단 채로

시들고 있습니다.

그 옆에 자연 발아한 고추를 다시 심어 놨지만 이 화분에는 비단 고추 외에도

들깨 2 나무와 수세미 나무 1 나무도 있습니다.

지금도 화분을 많이 차지하는 6월 콩, 상치, 비트 등을 수확해야

다소 공간이 생길 수도 있으나, 고추, 들깨, 닥풀꽃 등이 점점 커서

다시 공간을 장악해 나가니 별 의미는 없습니다.

식물을 키우면서 태양은 공평하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태양을 쬐지 못한 식물들은 건강하게 자랄 수 없고

태양은 일정한 면적에 같은 양의 빚을 줄 뿐입니다.

장마가 계속되니 처음 수확한 붉은 고추를 말리기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목표는 건 고추 5근인데, 문제는 탄저병입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속에 탄저균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사실상 속수무책입니다.

2024.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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