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거룩한 희생(聖戰)

하일도 2024. 8. 20. 16:06

거룩한 희생(聖戰)

 

2층 거실에 누어 뜨거운 햇살과 푸른 하늘이며,

베란다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본다.

근데 바람에 흔들리는 고추나무 가지에서 사마귀가 거룩한 전쟁을 한다.

봄에 알에서 깨어난 사마귀가 며차례 허물을 벗고 요사이는 배가

불룩하게 자랐으니 이들도 조물주로부터 부여받은 사명,

즉 대를 잇기 위한 작업을 해야한다.

어릴 때부터 사마귀의 교배에 대하여 좋지않은 이야기만 들었다.

교배과정에서 암놈이 숫놈을 잡아먹는다고 하며 더 나아가 사마귀같이

남자를 잡아먹는 여자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보지 못했으니 내게는 하나의 신화같은 이야기다.

근데 아침부터 이 같은 성전을 보다니 놀랍다.

먼저 암놈과 숫놈이 만나 성전을 위한 몸싸움을 한다.

그러다 서로 골인이 되었다.

이것으로 끝나면 이야기가 너무 밋밋하다.

암놈이 앞발로 살려고 버퉁되는 숫놈의 머리를 잡고 먹어치운다.

몸통은 여전히 살아 암놈과 붙어있다.

몇 시간을 두고 거룩한 행사는 진행되고 지금은 몸통도 다 먹고

숫놈의 날개만 바람에 흔들린다.

성전에 임할 때 숫놈은 암놈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다투나

일단 골인하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암놈의 강한 힘에 굴복되고 만다고 한다.

물론 살아 남는 숫놈도 있다고 한다.

암놈은 숫놈을 먹어치움으로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여

더 건강하고 많은 수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조물주는 숫놈에게 이렇게 가혹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을까?

이것이 자연의 순환이다.

대를 잇기 위하여 숫놈은 거룩한 희생을 한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먹고살기 힘드니, 좀더 편안하게 살겠다느니 하면서

결혼을 기피하고 자녀를 낳지않겠다고 한다고 한다.

이것은 조물주가 우리를 세상에 보낸 소명에 반한다.

우리는 단칸방에 월세 살면서 너희들을 낳고 키웠다.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하면서 대를 잇기 위한 성전에 임하는 사마귀에게 배워라.

202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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