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액땜

하일도 2024. 9. 24. 15:31

액땜

 

추석날 밤 앞동산에 올라 보름달 보며 맨발걷기 하다가 개똥을 밟았어요.

요사이 마누라 따라 밤에 앞동산에 올라 맨발걷기를 해요.

순전히 마누라 에스코트하기 위해.

근데 수일전에 발바닥이 아파 보니 오른쪽 발바닥이 붓고 곪아 있어 소독하고

후시딘 바르고 맨발걷기를 안하니 다 나았지요.

당시 마누라가 주위에 개똥이 늘려 있으니 개똥 조심하라면서 개똥에

온갖 나쁜균이 다 있으니 파상풍 주사 맞으라고 했지요.

그런데 추석날 밤 보름달 보며 소원 빌다가 맨발로 개똥을 밟고 말았으니.

그 촉감, 냄새 하며...

온몸이 오싹하며 억수로 기분이 나빴지요.

순간 떨어진 낙엽을 주어 발에 묻은 개똥을 닦아내고 발을 씻고 집으로 왔으나

왠지 찝찝하고 재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추석 전날 추석인사한다며 개를 안은 대통령 사진을 보고

저출산으로 나라가 없어진다고 난린데 아이는 커녕 개를 안고

추석인사를 한다고 비난했지요.

그 앙갚음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추석 다음날 단톡방에서 자신보다 남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글을 봤지요.

그래서 나는 답글로 개똥밟은 일이 떠올라 남을 위한 일도 중요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올렸지요.

다음날 밤 아직 개똥이 그 자리 있는가 궁금하여 가보니 개똥은 없고

주위를 빗자루로 깨끗히 청소해 놓았더라고요.

개똥을 맨발로 밟으면 좋은 일이 있을까 하여 찾아보니 운수대통할 일은 없고

액땜을 한 것으로 해석하네요.

그래도 개똥 밟는 걸로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개똥이 고맙게 생각이 드네요.

근데 가끔 사람보다 개를 중시하는 세상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2,5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가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 했는데,

이제 이 명제도 인간이 아닌 개로 바꿔야 될 것 같아요.

선진국에는 개의 위상이 높아져 개에 대하여 세금을 물린다고 하네요.

일종에 사람이 내는 주민세에 대응하는 개두세(犬頭稅).

2024.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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